[아주초대석]김창길 KREI 원장 “실패 두려워 않는 청년창업농 위해 ‘재기지원시스템’ 구현해야”

2018-03-04 13:00
日 3년 만에 청년농 비중 앞질러…韓 투자‧단계별 종합지원 필요
‘혁신역량 정체’ 농업, 경쟁력 확보 필요…미래성장 산업화 서둘러야
개원 40주년 KREI…소통채널 강화해 연구-정책-현장 간극 최소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창길 원장은 “고령화와 혁신역량의 정체라는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성장을 주도할 청년창업농을 육성하고, 농업 연관분야 일자리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농촌경제연구원 제공]
 

우리 농업은 최근 쌀소비 감소와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의 요구를 받는 격변지다.

난관을 극복해 변화에 적응하고, 식량안보‧주권을 책임지는 농업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계적인 전략수립과 정책역량 결집이 필요하다.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원장은 기로에 선 우리 농업의 조언자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발전적인 농업정책을 제시하는 국내 유일의 농업 관련 국책연구기관이다.

김 원장은 “고령화와 혁신역량의 정체라는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성장을 주도할 청년창업농을 육성하고, 농업 연관분야 일자리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요 융합기술을 농업부문에 적용,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日, 3년 만에 청년농 비중 우리나라 앞질러···“韓 청년에게 재도전 기회를”

‘고령화 사회’의 대표격인 일본은 농촌지역 평균연령이 치솟자, 프랑스를 벤치마킹해 과감한 청년농 투자정책을 시작한다.

프랑스는 농업‧농촌분야 청년 유입을 위해 40세 미만 청년농 1명에게 최대 3만5900유로(약 4700만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2007년부터 청년 대상 농업법인 취업정책을 펼치던 일본은 2012년 프랑스처럼 청년농 기초생활비 성격의 청년취농급부금(연간 150만엔, 약 1500만원) 제도를 추진했다.

2010년까지 전체 농가 대비 청년농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낮았던 일본은 3년 후인 2015년 우리나라를 앞질렀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농 육성을 농정의 중요한 목표로 삼고, 청년 영농정착지원금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6년 기준 농촌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40.3%다. 마을 농가 4곳 중 3곳이 고령자 마을이다. 청년농가 한 곳이 100호 이상의 고령농가를 책임지는 구조다. 강원도 철원 한 마을은 109명 주민 중 105명이 65세 이상이다.

이에 정부의 청년농 육성정책에 따른 청년 영농창업 지원은 도시뿐 아니라, 농촌의 문제 해결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귀농자 1인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순편익은 연간 169만원으로 추산된다.

김 원장은 “정부의 야심찬 청년농 육성정책이 체계적으로 추진되려면 지방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지역참여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창농 단계별 종합 지원을 통해 청년 창업농생태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생태계는 창업자-창업지원기관-투자자가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창업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는 환경을 말한다.

실패하더라도 청년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원장은 “실패를 경험한 만큼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지만, 지금까지 농업분야는 실패에 대한 관용이 부족했다”며 “실패에 대한 사회적 관용문화와 재기 가능한 지원시스템을 농업 분야 창업에 구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문턱···혁신전략 수립해 정책역량 집중해야

농업부문도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창길 원장은 농업이 4차 산업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주체 역량‧역할 규명→상호작용 형태 거버넌스 구상→현 수준 진단과 혁신전략 수립→정책역량 집중’이라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 원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하는 농업 부문의 바람직한 최종 모습을 제시한 후, 달성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농업이라는 산업의 혁신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규명하고, 요소별로 바람직한 모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후 주체들 간의 효과적인 네트워킹, 즉 상호작용 형태와 특성 및 거버넌스를 구상해야 한다”며 “정책·제도·법률, 경제‧사회‧문화 등 혁신 환경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혁신전략 수립 전에는 바람직한 최종 모습(목표 달성)으로 가기 전의 중간 단계를 설정하고 현 단계를 진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농업 관련 산업‧기업이 역할을 수행하는데 현재의 기술수준이 어떤지, 농업인‧정부 등 네트워킹 애로사항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나서 혁신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이 부의 고른 분배를 통한 국민 모두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경제·사회 시스템 마련에도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 감소에도 줄지 않는 쌀생산···‘소비확대+재배면적 축소’ 병행이 해답

2000년대 이후 쌀 산업 분야에서는 소비량 감소폭을 생산량 감소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산과잉이 지속됐다. 이로 인해 쌀값은 떨어지고 재고가 쌓였다. 변동직불급 지급액이 늘어 정부 재정부담 증가 등의 문제로 이어졌다.

정부는 과잉생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생산조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 수확기에 37만t에 달하는 역대 최대 물량을 시장으로부터 격리해 수확기 이후 쌀값은 상승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쌀값은 80kg 가마당 16만4840원으로 16만원선을 회복했다.

문제는 쌀 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논에 벼 외의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는 쌀 생산조정제다. 현재 참여면적이 목표면적인 5만ha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조정제 참여의향 면적이 2만7000ha로, 목표면적에 미치지 못했다. 쌀값이 오르면서 다른 작물로의 전환을 주저하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쌀소비 감소폭이 크게 축소됐고, 정부와 농업계의 쌀소비 촉진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통계청의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8kg으로, 전년에 비해 0.1kg 줄었다. 통상 연간 2% 이상 감소하던 쌀 소비량은 2016년 1.6% 감소에서 지난해 0.2% 감소로 그 폭이 축소됐다.

정부를 비롯한 농업계는 △쌀의 영양적 가치 홍보 △아침밥 먹기 캠페인 △쌀 가공식품 개발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창길 원장은 “소득증대에 따른 먹거리 다양화가 쌀 소비량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쌀 소비를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어 소비확대 노력에 더해 생산측면에서 재배면적을 줄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사진 = 농촌경제연구원 제공]


◆녹록지 않은 대내외 환경···돌파구는 ‘경쟁력 확보’

지난해 우리 농업·농촌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비롯한 가축질병 발생과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사태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쌀값 하락은 농민의 근심을 키웠다.

올해도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아 우리 농업‧농촌은 해야 할 일이 많다.

올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수출여건이 악화되면서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적으로는 △농촌인구 감소 △고령화 심화 △쌀소비 감소 △최저임금 인상 등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김창길 원장은 “농업·농촌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개선책을 마련하는 게 절실하다”며 “농가 고령화와 혁신역량의 정체라는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성장을 주도할 청년창업농을 육성해야 하고, 농업 연관분야 일자리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요 융합기술을 농업부문에 적용,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품목별로 농가가 적정한 농산물 수취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수급안정 정책이 적극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아름답고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드는 농촌재생사업에 더욱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개원 40년’ 농촌경제연구원···농업‧농촌의 지속가능 미래 선도 기관 만든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오는 4월1일 개원 40주년을 맞는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외환위기 △FTA 등 개방 가속화 △4차 산업혁명 등 시대마다 직면했던 농업‧농촌의 위기 때마다 농촌경제의 발전방향을 제시해 왔다.

나아가 김창길 원장은 농촌경제연구원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만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취임하면서 효과적인 연구추진을 위해 원내외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조직을 본부체계로 개편해 원내의 칸막이를 해소하고, 퇴직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시니어네트워크의 지혜가 주니어에 전달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다.

또 OECD, 예일대 산림환경대학원, 이탈리아 농업경제연구위원회,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등과의 국제 연구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올해는 정부의 농업정책을 적극 지원하고, 새로운 아젠다를 발굴해 농정방향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대적 변화를 선도하는 농업·농촌 △농식품 안전성 강화 및 경영안정 △농업의 신성장동력 창출 △농촌주민 삶의 질 향상과 공동체 역량 제고 △통상여건 변화 대응 및 국제협력 강화 등 5가지 목표를 수립했다.

김 원장은 “농정현안이 점차 복잡해져 농업계의 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연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장과 정부와의 소통 채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연구가 정책으로 이어져 농업인과 소비자인 국민의 후생이 좋아지려면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농업전망대회와 현장토론회, 농촌연구자문단을 적극 활용해 연구와 정책의 간극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