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눈치보느라…가상화폐 대책 발표 언제하나
2018-03-01 18:11
기재부, 과세 조율 마무리에도 해외사례 검토 이유 미적미적
3~4월 한국 시장 겨냥한 해외발 블록체인 대거 진출 예고
3~4월 한국 시장 겨냥한 해외발 블록체인 대거 진출 예고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둔 정부가 가상화폐 대책 발표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일부 부처에서는 상당부분 대책 조율이 마무리됐지만, 시장 파급력과 정치적 요인 등 변수를 따지다 보니 추가 대책를 내놓는 데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G20 재무장관 회의 등 해외 분위기부터 파악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국가별 상황이 다른 만큼 정부가 대책 조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12월 13일 가상화폐 정부긴급대책을 발표한 뒤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의 본격적인 논의와 개입이 시작됐다.
이후 법무부의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발표가 가상화폐 시장에 충격을 줬다. 기획재정부의 과세 여부 검토에 대한 의지도 확인됐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월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현재는 가상화폐 실명제를 시행 중이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부처별로 차관급 인사들로 구성된 가상화폐 TF에서는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대책 발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TF에 참여하는 정부 한 고위급 관계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별다른 발표 계획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기재부의 경우 소득세 과세 추진에 무게를 두고 제도 마련을 상당부분 진행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소득이 생기는 것에 대해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을 큰 틀로 하고 세부적인 방법을 조율 중”이라며 “일본 이외에도 영국, 독일, 프랑스 국가에 대한 현지 파악을 통해 관련 제도에 대한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달 중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 가상화폐 논의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더라도 국가별 상황이 다른 만큼 한국 현실에 맞는 과세 방안 마련이 상당부분 막바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거래소 자금세탁방지 의무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상화폐가 현재 정부 과세제도에서 벗어난 상태여서 일부 자금세탁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금융위도 그동안 방향성을 정립하는 데 고심했을 뿐 대책 정리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위 안팎의 시각이다.
당초 지난달 말까지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결과와 조치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던 공정거래위원회는 오히려 신중한 모습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20~22일 13개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여 △약관법 △전자상거래법 △다단계·후원방문판매법 등 위반 여부를 살펴봤다. 약관법과 관련, 공정위는 가상화폐거래소의 시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료를 별도로 내든지, 다른 부처와 협의를 하든지 검토를 거쳐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별로 가상화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상당부분 진행된 상황이다. 변수는 지방선거다.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정부 역시 대책 발표를 놓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이미 야권에서 가상화폐 대책과 관련, 현 정부와 여권을 향해 비난수위를 높여왔던 터라 자칫 가상화폐 대책이 지방선거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대책 발표 시기를 늦출 수도 없다. 본격적인 선거시즌과 맞물릴 경우, 가상화폐 대책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해외발 코인이 3~4월에 대거 국내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어 정치적인 변수보다 오히려 시장변화에 정부가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가상화폐 업계 한 관계자는 “조만간 아시아지역을 아우를 유통 코인뿐만 아니라 한국·일본·미국 업체가 합동으로 서비스를 내놓을 코인이 ICO(가상화폐공개)를 앞두고 있다”며 “시장 규제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블록체인과 스마트콘트랙(전자계약)을 접목한 코인이 한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가상화폐 관련 대책은 시장이 체감하는 충격이 상당하다 보니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며 “정부 역시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으며 시간을 무작정 허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