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또 혁신' 정승일號 가스공사, 조직 체질 개선 박차

2018-02-25 08:00
'비상경영체제' 선포…조직·인사·수급·전략 등 4개 '혁신 TF' 출범
과감한 인적 쇄신…'유리천장' 깨고 젊은 가스공사로 환골탈태

정승일 한국가스공사 사장[사진 = 한국가스공사]



올해 초 닻을 올린 정승일호(號)의 한국가스공사가 조직·인사 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누출 사고, 접대 비리 등이 불거지며 얼룩이 졌던 가스공사가 국민에게 신뢰받는 에너지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다.

가스공사는 조직·인사·수급·전략 등 4개 '혁신 TF' 출범시키고, 분야별 추진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승일 사장은 지난달 8일 취임 후 그달 29일까지 노조의 반대로 출근조차 하지 못했지만, 노사간 합의를 이룬 후 발빠르게 조직 정비에 나서고 있다.

◆ 노조와 합의 후 체질 개선 '광폭 행보'

지난달 23일 가스공사 사측이 노조를 경영 파트너로 인정하고 관련 분야에서 사내 합의기구를 설립하는 데 동의하면서 정 사장과 노조 지부장이 단독 면담을 갖고 합의를 이뤘다.

정 사장은 "앞으로 노동조합을 경영 파트너로 인식하고, 대화와 소통을 통한 건전한 노사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조와 합의 후 정 사장은 최근 경영상황을 전사적 위기로 인식, 경영시스템 및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신속하고 강도높은 혁신이 필요하다며 내부 안정과 경영 쇄신에 주력했다.

이에 가스공사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조직·인사·수급·전략 등 4개 분야로 이뤄진 혁신 태스크포스(TF)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우선 4개 혁신TF를 통해 각 TF별 추진과제를 최종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조직 TF에서는 책임경영 구현, 천연가스 도입역량 강화, 기술 중심 성장전략 수립 및 전략경영체계 구축을 위해 조직 개편안을 마련했으며, 인사 TF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확립하고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성과 및 능력 중심의 인사 기준을 확립했다.

수급 TF에서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천연가스 수급체계 강화를 위해 최적의 중장기 수급 및 도입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전략 TF에서는 에너지 전환 정책과 연계한 신성장동력 발굴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단기 혁신전략 및 핵심과제를 도출한다.

가스공사는 비상경영체제 운영을 통해 무사안일주의 및 전례 답습 관행을 배격하고 △조직문화 개선 △부패·비리 척결 △윤리청렴 경영강화 등을 강력히 추진, 대한민국 대표 에너지 공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한국가스공사 전경 [사진 = 한국가스공사]

◆ 조직 개편·인적 쇄신…'유리천장' 깨고 젊은 가스공사로 환골탈태

지난 1일자로 단행한 조직개편은 '가스공사가 경영혁신을 통한 위기극복과 조속한 내부 안정화를 위해 선포한 '비상경영체제'의 첫걸음이다.

개편의 주요 내용은 △혁신경영체제 구축을 통한 책임경영 구현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역량 강화 △기술경영 중심의 가스산업 생태계 활성화 및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 △천연가스의 안전 공급체계 확립 및 상생협력체계 강화 등이다.

우선 가스공사는 사장 직속에 전략기획본부를 배치, 전략경영처와 혁신경영처를 둬 사장의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급변하는 천연가스 시장에 대비한 경제적 도입역량 강화를 위해 LNG 도입과 관련된 기능을 '도입영업본부'로 일원화해 수급계획·장단기도입·영업의 일관체계를 구축했다.

천연가스 산업 선도에 필요한 기술경쟁력 확보와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기술사업본부'에 '기술개발처'와 '신성장사업처'를 배치했다.

천연가스 공급 안정성 강화를 위해 기술부사장을 '안전기술부사장'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생산본부와 공급본부에 따로 편제된 해외생산 및 공급사업단을 '해외인프라사업처'로 통합했다.

또 가스공사가 일회성, 단순 지원 활동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발전, 상생 동반성장,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경영협력처' 기능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이뤄진 과감한 인사혁신은 가스공사 조직 자체를 젊게 만들었다. 획일적 보직 부여 관행을 깨고, 일과 능력 중심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대규모 보직 인사를 단행한 것.

가스공사는 이번 인사에서 젊은 부서장을 대거 발탁, 주요 보직에 배치하는 등 간부 '세대교체'를 이뤘다.

특히 조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전략기획본부의 경우 보직자 평균 연령이 기존 대비 3.1세 젊어졌다.

총 12명의 임금피크제 예정자가 보직을 받지 못했고, 젊은 2급(부장) 간부들이 자리를 대체했다. 기존보다 7기수 이상 낮은 인재가 주요 처·실장급 직위에 대거 등용됐다.

가스공사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임원을 배출하며 '유리천장'도 깨뜨렸다. 주인공은 최양미 기술사업본부장이다.

1983년 설립된 가스공사가 여성 본부장을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너지업계는 대표적인 '남초 산업'이라, 여성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게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가스공사 전체 직원 3670명 가운데 여직원 수는 441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임원 수도 사장, 부사장, 감사, 본부장 등 10명에 불과해 여직원이 임원으로 발탁되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다른 에너지 공기업에서도 그간 여성 임원은 배출되지 못했다.

정 사장은 "존경받는 공기업의 필수 조건인 투명 경영의 출발은 조직 구성원의 철저한 윤리의식과 책임감 있는 주인의식으로부터 시작된다"며 "임직원 모두가 조직혁신에 적극 동참하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