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軍잡] 당해본 자만 아는 생활밀착 무기 '레고'

2018-02-23 18:27


1980년대 생이라면 다들 어린 시절 레고를 가지고 놀아본 추억이 있을 겁니다.

작은 블록들을 조립해 유령 성이나 로빈후드 나무 기지 등으로 완성했을 때

그 쾌감은 당시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재미였습니다.

어떤 것으로든 변하는 레고는 내구성이 뛰어나 잘 망가지지도 않습니다.

가끔 총알도 막아낼 수 있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인기 유튜버가 지난해 10월

레고 블록이 얼마나 강력한 총탄을 막아낼 수 있는지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에는 16 × 16 블록을 이용해 만든 30cm 높이 레고 블럭 탑을 사용했습니다.
 

[.22LR 탄 사격. 출처=DemolitionRanch]


첫 번째 실험에서 0.22 LR 탄을 발사했는데요.

고작 5장의 블록밖에 관통하지 못했습니다.

진짜 총탄이 맞나 의구심이 들지만

엄연히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위력을 가진 탄환입니다.
 

1990년대 이전 0.22 LR 탄은 미국 내에서 민간인을 가장 많이 사망하게 만든 탄환이었습니다.

특히 음속보다 느린 아음속탄과 소음기를 함께 사용하면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에서 총을 쏴도 모를 정도로 소리가 작습니다.

이렇다 보니 암살자들의 탄환으로 불립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 0.22 LR 탄보다 4배 강력한 9mm 탄을 발사했습니다.

블록도 약 4배 많은 22장을 관통했습니다.

9mm 탄은 적절한 위력과 낮은 반동, 저렴한 가격 덕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대다수 군대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군 장성 치하용 백두산 권총. 출처=wikimedia]


심지어 북한 군에서도 9mm탄을 제식으로 사용합니다.

과거 김정일이 체코에서 9mm탄을 사용하는 CZ75를 선물받아 

몇 번 쏴 사격해보고 우수한 성능에 반해 그 즉시 카피를 지시

백두산 권총으로 명명하고 전군에 보급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45 ACP 탄 사격. 출처= DemolitionRanch]


9mm 탄은 국제표준으로 불릴 정도로 널리 쓰이지만

유독 미국에서는 .45 ACP 탄의 인기가 높습니다.

캘리포니아 등 몇 개 주에선 장탄 수가 10발 이하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45 ACP 탄의 운동에너지는 9mm 탄과 비슷하나

탄자의 크기가 훨씬 더 커 높은 파괴력을 냅니다.

탄을 많이 장전할 수 없으니 기왕이면 더 쎈 탄환을 사용하겠다는 것이죠. 

레고 블록 역시  40장을 관통했습니다.
 

[5.56mm 탄 사격. 출처= DemolitionRanch]


레고 블록은 5.56mm 소총탄마저 막아냈습니다 .
 
60장의 블록을 관통하기는 했지만 나머지 30장은 완벽히 멀쩡했습니다.

5.56mm 탄의 운동에너지는 .22 LR 탄의 18배에 달합니다.

방탄복으로 따지면 최고등급에 해당하는 NIJ 레벨 III 수준인 셈입니다.
 

[발을 공격하려는 레고. 출처=upsocl.com]


이런 견고함 탓에 외국에서는 가정용 지뢰로 불리기도 합니다.

레고 블록을 늘어놓고 놀다가 부모님이 밟기라도 하면

무한 등짝 스매싱은 물론이고 다음날 레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놀라운 경험을 해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겁니다.
 

[레고의 공격력. 출처=giphy.com]


레고의 공격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프로레슬링 선수의 마무리 기술에 사용되는가 하면

이승탈출 넘버원의 수단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무기는 사용하기에 따라 누군가를  지키는 수단이 될 수도

남을 해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는 데요.

레고 역시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레고 밟고 이승탈출. 출처=giph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