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찬 수원시 Yes종합민원팀장, “통하면 안 풀릴 일이 어디 있을까요?”
2018-02-21 12:01
Interview [만나고 싶었습니다]
35년 베테랑 공무원의 소통 4대 비결, ‘수용·감사·행복·인내’
지갑에서 꺼낸 종이엔 ‘내 직업은 천직이요 행복’
“사람에겐 ‘틈새’ 필요, 나도 부족한데 어떻게 남을…”
35년 베테랑 공무원의 소통 4대 비결, ‘수용·감사·행복·인내’
지갑에서 꺼낸 종이엔 ‘내 직업은 천직이요 행복’
“사람에겐 ‘틈새’ 필요, 나도 부족한데 어떻게 남을…”
민원인들을 응대하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할까? 매일 아침 ‘좋은 성품’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지는 않을까? 아니면, 오늘만큼은 ‘진상 민원인’을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할까?
수원시청 정문 로비로 들어서면 바로 우측에 시민봉사과가 있다. 자동으로 열리는 투명한 유리문 안으로 들어서면 가정집 거실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둥글게 디자인된 널찍한 공간에는 푹신한 의자도 있고 책도 있고 민원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도 있다. 200원만 내면 은은한 향기의 커피 한 잔도 손에 쥘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수원시의 얼굴’인 1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민원인들을 응대하는 송두찬 Yes종합민원팀장 자리는 왼쪽 11시 방향 모퉁이에 있다. 그를 하루 10분 정도씩 3회에 걸쳐 만났다.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만남은 즐거웠고, 또 기다려졌다.
“오늘 아침에는 ‘원리’라는 단어를 생각해봤어요. 모든 게 원리가 있잖아요. 인생의 원리, 우주의 원리, 행복의 원리…. 섭리라는 단어로 바꿔도 괜찮겠네요.”
단어가 떠오르고 독수리 타법으로 ‘작품’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5분에서 20분 정도. 8시30분경이면 ‘단어 생각’은 완료된다. 작품 하나의 분량은 350자에서 400자 정도. 글씨 크기는 12포인트다.
지금까지 송 팀장이 명상을 통해 기록한 단어들은 수백 개에 달한다.
‘단어’는 어떻게 포착해내는 것일까.
“신문이나 텔레비전, 잡지, 사람의 동작, 목소리, 옷차림, 커피 냄새 등 마음에 와 닿고 나의 세포를 깨우는 것이라면 모든 게 ‘오늘의 단어’가 됩니다.”
왜 이런 ‘단어 생각’을 하게 됐는지, 유익은 무엇인지 물었다.
“컴퓨터 화면에 ‘오늘의 단어’를 제목으로 써 놓고 나면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확장됩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냥 타이핑합니다. 사상가도 아니고 철학자도 아니지만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정리가 되고, 나름의 인생관과 가치관, 세계관을 갖게 되지요. 또 다른 유익은 소통을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천차만별인 민원인들을 응대하는데 생각의 힘이 큰 도움이 됩니다. 화가 나서 온 민원인들을 상담을 통해 기분 좋게 돌려보낼 때는 뿌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송 팀장은 유익 중의 하나로 ‘소통’을 꼽았다.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통하면 안 풀릴 일이 어디 있겠어요. 안 통하니 아프고 힘든 거지요.”
그가 깨달은 첫 번째 소통 비결은 ‘수용’이다. 적극적 수용을 통해 먼저 민원인의 마음을 공감하고, 그 다음에 객관적인 답을 주면 십중팔구는 원만하게 상담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한다.
송 팀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이런 마음가짐으로 민원인들을 대할 테니 정부로부터 ‘민원서비스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리라.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하다는 생각’, ‘오직 인내’가 그가 깨달은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비결이다.
“임마누엘 칸트는 ‘감사의 비중이 클수록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설령 불행한 일이 닥치더라도 감사해야 합니다. 불행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잖아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노래도 있고…. 자기애(自己愛)가 커지는 거지요. 그게 삶의 원리 아닐까요.”
대화를 나누다 지갑에서 작은 종이 하나를 꺼내 펼쳐 보인다.
‘나의 座右銘, 내 職業은 天職이고 幸福이다’
손으로 쓴 ‘2016 12 14’라는 숫자도 보인다.
직업이 천직이고 행복이라니, 그리고 그것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니….
“저는 행복합니다. 너무 감사하고요. 저의 직업인 공직(公職)이 정말 좋습니다. 힘든 부분도 있지만 좋은 점이 훨씬 많아요. 이렇게 먹고 살고 있고, 자식도 출가시키고…. 이렇게 행복을 주는 직장이니 더 열심히 일할 수밖에요. 하하(웃음).”
송 팀장은 ‘틈새’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했다.
“인생살이에는 틈새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빈틈 말입니다. 저에게도 당연히 빈틈이 있지요. 그 빈틈을 알고 나니 다른 사람의 허물도 덮어주게 되더라고요. 나도 완벽하지 않은데 어떻게 남에게 완벽을 바랄 수 있을까요.”
1961년생인 송 팀장은 1983년에 공직에 입문했다. 올해로 35년째. 그 베테랑 공무원이 말한다. “아침 출근길이 설렌다”고.
“잘 나지는 못했지만 정말 열심히 산 것 같다”고 말하는 송 팀장. 오늘 아침에는 또 어떤 단어를 생각했을까. 궁금해진다. 그 확장된 생각으로 민원인들을 만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