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사태, '한미 FTA 개정협상' 뇌관으로
2018-02-20 14:47
백운규 산업부 장관 "자동차 산업에 대한 FTA 협상에서 GM 문제가 영향 미쳐"
미국, 내달 워싱턴서 열리는 한미 FTA 3차 개정협상서 한국GM 사태 빌미 압박 가능성
미국, 내달 워싱턴서 열리는 한미 FTA 3차 개정협상서 한국GM 사태 빌미 압박 가능성
최근 한국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으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국 제너럴모터스(GM) 사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2차까지 진행된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은 일관되게 무역적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를 집중 거론했다.
미국은 우리 측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 쿼터(할당) 확대와 미국 자동차 업계가 비관세장벽이라고 주장하는 국내 안전·환경 관련 규제 등을 주요 쟁점으로 내세웠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한·미 FTA 비판 기회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여야 상·하원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한·미 FTA를 공정하게 협상하거나 폐기할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하기 전에 GM이 벌써 디트로이트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역시 그간 한국GM 사태와 한·미 FTA 개정협상은 별개라는 자세를 유지했으나, GM문제가 개정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9일 세종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이 GM한국사업에 굉장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GM도 마찬가지고, 철강(무역확장법 232조)도 한·미 FTA와 연결되지 않은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연결돼 있다고 밝힐 수 없지만 종합적인 각도에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미국이 한국GM 문제를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의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녹아든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GM의 경영위기는 우리 시장이 미국 자동차 업계에 닫혀 있다는 미국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백 장관은 "GM은 FTA 협상에 들어올 수도 없고, GM 문제가 협상 메뉴로 올라올 수는 없다"면서도 "자동차산업 전반에 대한 FTA 협상에서는 GM 문제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GM 사태가 특정 기업의 개별 사안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미국 정부가 이를 문제 삼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통상 문제로까지 확대해석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한국GM 문제가 통상관계에 좋지 않은 변수로 비화하지 않도록 정부가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GM에 대한 정부 지원 가능성과 관련, 백 장관은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장기적 경영 개선에 대한 GM의 커미트먼트(투자 의지), 그런 것들을 가져와야 한다"며 "GM이 그동안 불투명했던 경영에 대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 지원을 전제로 경영 계획을 요청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GM이 들고 올 패키지를 일단 봐야 한다"며 "GM이 어떤 카드를 갖고 올지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