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서만의 정체성을 확보해 작년 대비 20% 성장을 달성하겠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에이서코리아에서 만난 김남웅 대표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초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넓히는 ‘투트랙’ 전략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의 자신감은 대만 1위 PC 업체인 에이서 제품의 실력에서 찾을 수 있다. 전세계 크롬북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 게이밍 모니터 점유율 2위 등 에이서 실적이 이를 방증한다. 국내에서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50만~60만원대 노트북 제품으로 인지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 PC 시장의 반란, 게이밍 노트북
김 대표는 "취임 초기인 2010년에는 에이서가 중·저가 제품을 출시하는 회사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는 PC 업체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출시한 게이밍 노트북 '프레데터(Predator) 트리톤(Triton) 700'은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은 고사양의 그래픽 카드와 프로세서 등이 탑재됐으며, 가격은 무려 350만~400만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프레데터를 국내에 들여올 당시 기존 노트북과 비교해 많게는 4배에 달하는 가격 때문에 구매를 원하는 고객이 없을까봐 망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최상의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기존 게이밍 노트북보다 얇은 두께와 디자인 등을 갖춘 점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국내 출시를 결정했다.

김 대표의 생각은 적중했다. 현재 이 제품은 2차 물량 400대까지 모두 완판됐다. 그는 "한국의 게이밍 시장은 전 세계 어느 시장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며 "본사에서도 한국의 게이밍 시장을 주목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 IDC(인터넷데이터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PC 출하량은 전체 93만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 감소했지만, 고가·고성능의 프리미엄 게이밍 노트북과 초슬림 노트북의 비중이 커지면서 판매량 대비 매출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서는 이같은 게이밍 시장 성장에 발맞춰 게이밍 브랜드 '프레데터'와 '니트로' 두 개를 운영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프레데터 시리즈가 고급 사양을 원하는 게이머를 위한 제품이라면, 니트로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게임을 즐기 수 있는 저사양 모델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국내에 다양한 게이밍 라인업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양한 사양의 게이밍 노트북을 선보이기 위해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최대 144헤르츠(Hz)의 주사율을 기본으로 제공하면서 매끄러운 게임 플레이를 선사하는 모델들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한국 PC 시장에 맞는 제품 선보일 것
400만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전히 가성비는 에이서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김 대표는 "에이서 본사는 마진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며 "에이서코리아도 이를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PC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70~80%를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 20~30% 두고 에이서·델·레노버 등 해외 업체들이 경쟁하는 구조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11월 KT와 손잡고 선보인 40만원대 LTE 노트북 '에이서 원 13'이 에이서의 철학을 잘 반영한 모델이다. 이 제품은 내부에 LTE 모뎀을 탑재해 스마트폰처럼 모바일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으며, KT의 LTE 스마트폰 요금제와 결합해 월 정액 요금을 낸다. 약 3개월간 3만대 물량 중 30~40%가 개통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 대표는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며 "실제 시장 반응도 고무적이라 앞으로 이렇게 차별화된 중·저가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올해 4월 펜이 내장된 투인원 노트북 '스위치(Switch) 7'의 국내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제품은 태블릿 PC에 키보드를 따로 장착해 휴대성을 강조했고, 필압이 뛰어난 펜이 장착됐다"며 "삼성 노트북 펜이라든지 이미 출시된 유사한 제품군이 있지만, 뛰어난 성능에도 국내 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선보인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올해 다양한 제품군을 새롭게 선보이며 온라인 커머셜 사이트 등의 유통망도 넓혀갈 계획이다. 에이서의 매출 대부분은 온라인 부문에서 나온다. 
 

김 대표는 "온라인 마켓 판매량은 최근 2~3년간 15~20% 정도 늘었었다"며 "이 시장에 집중하면서 B2B(기업간 거래) 거래 등도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