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흑역사60] 위기의 형지(상) 'M&A 폭식' 최병오 회장, 빚더미에도 투자 행보
2018-02-19 06:01
인수자금만 1600억원, 공격적인 M&A로 덩치 키워
부채비율 241%에 달해 매출채권 급증 현금흐름 악화
부채비율 241%에 달해 매출채권 급증 현금흐름 악화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그룹의 중심축인 패션그룹형지의 부채비율은 2016년 말 241%(부채총계 3528억원, 자본총계 1458억원)에 달한다. 특히 매출채권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2015년 말 매출채권은 885억원이었으나 2016년 1223억원으로 확대됐다. 매출채권이 급증하면서 현금흐름은 악화됐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적자(342억원)를 냈고 이자 지급만 94억원이었다.
차입금항목을 보면 단기차입금은 905억원이며 유동성장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은 686억원, 176억원에 달했다. 2016년 영업이익은 231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최병오 회장은 패션그룹형지의 87.95%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며 최 회장의 자녀 최혜원 형지I&C 대표와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경영혁신팀 차장이 각각 7.32%, 4.72%을 보유하고 있다.
최병오 형지 회장은 동대문 광장시장에서 한평 남짓한 점포에서 시작해 32년 만에 1조원대 매출기업을 일군 입지전적 인물이다. 최병오 형지 회장은 1996년 여성복 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 론칭을 시작으로 현재 22개 패션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연이은 M&A로 회사 덩치를 키웠다. 인수에 쏟아부은 자금만 1600억원에 이른다.
최 회장은 예작·본 등 남성복 브랜드를 보유한 우성I&C를 120억원에 인수한 후 교복업체 에리트베이직을 52억원에 사들었다. 에스콰이어로 유명한 이에프씨(EFC)를 670억원에 인수했다. 프랑스 디자이너 장 샤를 드 까스텔바쟉의 패션 브랜드 ‘까스텔바쟉’의 글로벌 상표권을 사들였다. 패션 뿐만 아니라 유통사업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최 회장은 2013년 서울 장안동 바우하우스 아울렛을 777억원에 사들였고 이듬해 계열사 형지리테일은 대형 아울렛 사업을 시작해 7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수과정에서 패션그룹형지는 빚더미에 올랐다. 부채비율은 2013년 말 기준 302%에 달했었다. 재무 압박이 심해지자 최 회장은 급하게 각종 자산을 정리,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최 회장은 2014년 바우하우스를 인수한지 1년 만에 코람코자산운용 펀드에게 820억원에 팔아치웠다. 패션그룹형지는 2015년 토지·건물·단기금융상품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376억원을 빌렸다. 형지엘리트는 지난 6월 전환사채(200억원)을 발행했고 서울 금천구 토지와 건물을 98억원에 한국도시개발에 매각하기도 했다. 형지에스콰이아도 경기 성남에 위치한 토지 건물을 303억원에 처분했다.
이러한 재무적 압박에도 최 회장의 야욕은 꺾이지 않았다. 최 회장은 지난해 인천 송도에 글로벌 패션 복합센터를 건립했고 최 회장의 고향인 부산 사하구에 건축비 1100억원으 들여 대형 복합 쇼핑몰 아트몰링을 개장했다. 아트몰링 빌딩 소유주인 최 회장은 인근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오너의 사익만 추구한다는 지적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