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금은, 수평적 조직문화 내재화가 필요한 때

2018-02-13 11:27

[임영재 국립공원관리공단 계룡산사무소장]


직장 내 성(性)과 관련된 성희롱, 성추행 등 사회적 문제를 뉴스 기사로 심심찮게 접한다. 원인을 살펴보면, 조직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조직(공공조직이든 기업조직이든 간에)은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내재하고 있다. 같은 직장을 다니면 동료라는 의식보다 직장 상사나 선후배와 같은 상하관계를 떠올린다.

이런 수직적 사고가 오랜 기간 조직문화를 지배하며 자연스럽게 △성(性)과 관련된 문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사에 의한 독단적인 결정 △자유로운 토론이 배제된 회의문화가 자리했다. 

이에 따라 직무만족·조직몰입과 같은 조직 유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구성원의 사기를 저하하고,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과거 조직경영과 관련된 화두로 '경영혁신'을 꼽은 적이 있다. 당시 모든 조직(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은 '혁신'이라는 강한 드라이브가 걸렸다.

또 평가라는 새로운 경영도구에 적응하느라 전문가 영입, 새로운 경영이론 도입하기 등 조직 전체가 경영이론을 전시해 놓은 듯한 선입감을 떨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를테면 △BSC(Balance score card)에 의한 성과 평가 △멘토링 제도 △리더십과 관련된 이론을 적용한 업무방식 변경 등이 있었다. 혁신을 위한 경영도구가 홍수를 이룬 듯했다.

홍수는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모습을 찾아간다. 하물며 조직문화와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은 경영도구야 어떻겠는가? 예상대로 공공기관에서 도입한 많은 경영도구가 유행처럼 번졌다가 사라진 트렌드에 불과했다.

조직은 지속가능한 경영이 전제돼야 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강인한 조직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기업은 독특하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지니고 있다. 저변에는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을 전제로 한, 창업주에 의한 수평적 조직문화가 내재화돼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인 일본 곤고구미(金剛組·578년 백제인 유중광이 설립한 회사라 함)의 조직문화도 최고경영자의 소통과 서번트 리더십을 포함, 건강한 수평적 조직문화가 오랜 세월 내재화돼 전해오고 있다.

조직문화의 대가인 MIT 샤인 교수는 "조직문화는 외부 생존과 내부 통합의 문제에 대처하는 것을 학습하며 진보하는 기본 가정의 형태를 보여야 한다”며 "외부 생존을 위해 △전략 △목표도출 △직무분담 △보상시스템을, 내부 통합과 관련해 △의사소통 △합의와 공유 △동료 관계와 성(性) 간 관계에 있어 열린 마음과 친밀함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즉, 조직은 소통과 동료 의식, 이성(異性) 간 열린 마음과 친밀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사회문제로 이슈화되는 갑질문화, 성희롱 등 남녀 불평등 문제의 원인은 동료의식, 이성 간의 열린 마음 등 수평적이고 건강한 조직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로 지정 50년을 맞는 계룡산국립공원사무소는 2017년에 GE의 전 회장 잭 웰치에 의해 검증된 경영 도구인 리버스 멘토링 제도를 도입, 신·구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을 통해 조직 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술자리로 시작되는 회식문화를 소통하는 다과회로 변화를 시도하는 등 수평적 조직문화의 내재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조직문화가 조직 유효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많은 학문적 연구 결과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구성원의 △직무만족 △조직몰입 △조직시민행동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재화에 의한 건강한 조직문화가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리라 생각된다.

최근 대두된 갑질문화, 성희롱과 같은 볼썽사나운 기사가 사라지려면 자유로운 의사소통, 이성 직원 간 동료의식을 갖는 등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직에 내재화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