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추위 걱정했더니…강풍이 더 말썽 ‘아찔한 선수들’
2018-02-12 17:07
지난 11일 알파인스키 남자 활강 종목이 경기를 치르지 못한 데 이어 12일 여자 대회전 종목이 또 연기됐다. 국제스키연맹(FIS)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날 용평 알파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여자 대회전 경기를 오는 15일로 미루기로 했다. 또 11일 정선 알파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자 활강은 15일로 연기됐고, 이에 따라 15일 예정됐던 남자 슈퍼대회전은 16일로 늦춰져 치르게 됐다.
12일 오전 9시 기상정보에 따르면 용평 알파인센터 대회전 출발 지점의 풍속은 초속 9m, 기온은 영하 19.8도, 체감온도 영하 32.5도에 달했다.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 방송 스키 해설자 루크 알판드는 “추위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옆으로 부는 강한 바람이다.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로맹 벨레 프랑스 알파인스키 대표팀 감독은 “코스와 눈 상태는 좋지만, 바람이 강하기 때문에 경기를 취소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마다가스카르의 첫 동계올림픽 선수 미알리티아나 클레어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경기하기에는 위험한 날씨’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우울한 표정이 담긴 사진을 올려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스타 스키 선수인 라라 구트(스위스)와 테사 월리(프랑스)도 SNS를 통해 자연이 허락하지 않은 날을 받아들이며 “숙소로 돌아가 쉬어야겠다”고 남겼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폐막 이후 경기 일정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아직은 일정 소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경기 일정 소화를 위한 무리한 강행이다. 선수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연기를 거듭한 끝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진행된 여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는 강풍 탓에 점프 후 위험하게 넘어지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는 등 클린 연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일부 선수들은 아예 점프를 포기하기도 했다. BBC 스포츠 해설가 에드 리는 “누가 가장 잘 뛰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살아남는지가 중요한 경기였다”며 “이런 강풍이 부는 상황에 경기를 강행했다는 것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