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함께 하는 게 중요…평화 시작된 동계올림픽으로 기록해달라"

2018-02-09 19:15
평창 리셉션 환영사…"남북단일팀, 세계인의 가슴에 평화의 큰 울림으로 기억될 것"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환영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염두에 두고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세계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소중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 환영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은 서로 간에 풀어야할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며 "한국도 몇몇 나라들과 사이에 해결해야 할 어려운 숙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이 아니었다면 한 자리에 있기가 어려웠을 분들도 있다"며 "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함께 선수들을 응원하며, 우리의 미래를 얘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은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해 여자단체전에서 우승했다"며 "2.7g의 작은 공이 평화의 씨앗이 됐습니다. 오늘 이곳 평창에서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팀,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2.7g의 탁구공이 27년 후 170g의 퍽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은 내일 관동하키센터에서 하나가 될 것"이라며 "남과 북의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서로를 돕는 모습은 세계인의 가슴에 평화의 큰 울림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은 이미 생일 촛불을 밝혀주며 친구가 됐다"며 "스틱을 마주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선수들의 가슴에 휴전선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여러분을 그 특별한 빙상경기장으로 초대하고 싶다. 남북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작은 눈덩이를 손에 쥐었다"며 "한 시인은 '눈사람은 눈 한 뭉치로 시작한다'고 노래했다. 지금 두 손 안의 작은 눈뭉치를 우리는 함께 굴리고 조심스럽게 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은다면 눈뭉치는 점점 더 커져서 평화의 눈사람으로 완성될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겨울 추위는 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강원도가 준비한 특산품으로, 얼음은 매끄럽고 설원은 풍성하다. 추위와 함께 훈련해온 선수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마련했다"며 "오늘 우리도 추위 덕분에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고, 강원 추위는 대한민국이 여러분에게 보낸 따뜻한 초대장"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가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 선생은 겨울철 옆 사람 체온으로 추위를 이기는 것을 정겹게 일컬어 '원시적 우정이라 했는데, 오늘 우리의 우정이 강원도 추위 속에서 더욱 굳건해 지리라 믿는다"며 "스포츠는 이념·체제·종교·문화 차이를 뛰어넘는 몸·마음·의지의 향연을 펼쳐준다"고 언급했다.

또 문 대통령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요트 경기에서 싱가포르 선수들이 바다에 빠지자 2위를 달리던 캐나다의 로렌스 르뮤가 그들을 구조하고 22위로 시합을 마친 일화와 함께 1964년 인스브루크 동계올림픽에서 경쟁팀에 부품을 빌려줘 우승할 수 있게 한 이탈리아 선수를 거론한 뒤 "한국도 공정한 사회를 꿈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모두 공정하고 아름다운 경쟁을 보게 될 것이며, 한반도 평화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며 "우리 미래세대가 오늘을 기억하고 '평화가 시작된 동계올림픽'이라고 특별하게 기록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