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대진단] 수출 호황에 기댄 한국경제…불안한 외줄타기
2018-02-05 14:58
반도체 의존도 줄이지 않으면 불균형 심해질 수도
정부, 얼어붙은 내수시장 녹일 처방전 마련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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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나치게 반도체에 의존한 수출 일변도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분명 수출은 호황인데, 쉽게 웃지 못하는 이유다. 자칫 반도체 시장이 중국 등 경쟁국가에 밀려 고전할 경우, 한국경제가 ‘진퇴양난’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이다.
당장 올해 반도체 수출만 봐도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역시 반도체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겠지만, 성장 폭이 지난해보다 둔화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메모리 반도체 경기 전망과 발전과제’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8.6%로 예상됐다.
이는 2014년(9.6%), 2015년(0.4%), 2016년(-1.1%) 등 예년보다는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수출 증가율 60.2%보다는 현저히 낮은 수치다.
아직까지 반도체 시장에 위기 징후는 없다. 오히려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수요가 확산되는 추세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반도체 호황기가 하루아침에 수그러든다는 불안감은 크지 않은 모양새다.
특히 메모리 시장은 양산단계까지 1년 반 이상이 필요하다. 올해도 공급 확대가 제한적이라는 게 산업연구원의 분석이다.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를 감안하면 D램 수급이 여전히 빡빡하다.
정부차원에서 집중육성중인 중국의 메모리 분야도 당장은 경계대상은 아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우리 기업과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장 문제는 없겠지만, 장기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메모리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겠지만, 올해는 시장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내 산업은 AI 반도체 등 새로운 기술개발을 통해 동력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한 반도체 산업은 정부 지원이 끊긴 지 오래여서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인력양성을 위해 R&D 사업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 부진 여전···“반도체 빼고 다 힘들다”
수출이 반도체로 인해 호황기에 접어들었다면, 내수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다. 소비는 6년 10개월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제조업 가동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수출도 반도체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분야를 찾기 힘들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0.5% 감소했다.
광공업분야의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제조업평균 가동률도 전달보다 0.8%p 하락한 70.4%에 머물렀다. 이는 2016년 8월(70.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4.0% 줄었다. 준내구재·비내구재·내구재 등이 기저효과 영향으로 조정을 받았다. 소매판매 감소폭은 2011년 2월(-4.1%) 이후 6년10개월 만에 가장 크다.
기업도 여전히 일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기업 경기전망은 21개월 연속 ‘부정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 2월 전망치는 91.8을 기록, 21개월 연속으로 기준선인 100에 미치지 못했다.
외환위기 당시 1996년 7월부터 1999년 1월까지 31개월 연속 기준치 아래에서 맴돈 이후 최장 기록이다. BSI 전망치가 100을 웃돌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이번 전망치(91.8)는 지난해 5월 전망치(91.7) 이후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대치가 높아지는 듯했으나,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다시 기업 체감도는 확 낮아졌다.
한경연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본격화와 원화 강세, 유가 상승에 의한 채산성 악화에 내수부진 우려까지 겹쳤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가 최근 한국 가전 및 태양광 제품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시행하면서 통상 압박이 철강·반도체·자동차 등 타 업종으로 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높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년간 11.7% 하락한 데 이어 올해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히 올라 2년 반 만에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2월 기업 채산성 전망(93.9)은 전월 대비 3.1 하락했다.
송원근 한경연 부원장은 “달러·유가·금리 등 거시변수가 동시다발적으로 변해 대내외 리스크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며 “경영 불확실성을 줄이고, 대외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