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인터뷰] 김현숙 "'막영애'를 만난 건 최고의 행운…이제 인생의 한 부분이죠"
2018-02-06 00:01
이제는 본명보다 ‘영애’라는 이름으로 더욱 알려져 있다. 배우라는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김현숙이 ‘막돼먹은 영애씨’의 열여섯 번째 이야기를 마쳤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는 배우 김현숙과 아주경제가 만나 tvN 시즌제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16’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007년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한 뒤 11년 째 안방극장에서 공감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김현숙에게 ‘막돼먹은 영애씨’는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도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진한 아쉬움 뿐이라고 고백했다.
지난 11년간 늘 비슷한 영애 씨의 삶이었지만 이번 열 여섯 번째 시즌에서만은 달랐다. 그간 연애에서 실패하며 쓴 눈물을 삼켰던 그가 승준(이승준 분)과의 결혼과 임신, 출산까지 모두 성공하며 새로운 인생 2막을 예고한 것이다.
특히 결혼과 관련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는 평가를 받은 이번 시즌이다. 그게 ‘막돼먹은 영애씨’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언급하며 그는 “워킹맘으로써의 고비나 여러 가지 임신과 출산 등에 대한 갈등과 영애가 엄마가 되어가는 감정들을 엄마를 보면서 느끼는 것들 같은걸 깊이 묘사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강점이자 특징임 것 같다”며 “그런 부분이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 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반신반의 했었다. 워낙 매니아층 팬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장 영애다운 결말이란 말을 해주셔서 다행이었다”고 전했다.
극중 영애도 그렇듯 김현숙도 ‘막돼먹은 영애씨’와 함께 연애, 결혼, 임신과 출산까지 겪은 워킹맘이다. 그렇기에 연기에 있어 더욱 공감을 자극하지 않았을까.
먼저 가장 공감됐던 장면에 대해서는 “아빠와의 에피소드가 마음이 뭉클했다. 저도 임신과 출산을 해봤지만, 진통만 2박3일을 했다. 어떻게든 자연분만을 해보려고 했다. 제가 ‘출산드라’라고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결국 자유분만을 하지 못하고 제왕절개 했다”면서 “출산 당시 저는 엄마 때문에 울었다. 특히 어릴 때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감정이 남달랐다. 솔직히 같은 여자니까 출산이라는 경험과 임신이라는 경험과 여자 대 여자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엄마가 되어가는 나의 고통도 있지만 엄마를 보면서 느꼈던 공감대, 그리고 어떤 모습이라도 나를 사랑해주는 건 가족이구나 싶더라”며 출산 당시의 느낀점도 더불어 설명했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 그려진 결혼 과정에서는 쉽게 공감하지 못했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김현숙은 “저희 남편은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남편과 싸움이 안된다”며 “오히려 드라마 속 결혼 과정과 저는 너무 달랐다. 오히려 많이 배웠다”고 고백했다.
그러면 어떻게 결혼 과정의 갈등 등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을까. 그는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실제 남편과도 다른 인생을 오래 살았기 때문에 부딪히는 게 많았다. 실제로 시댁 식구 분들이 좋으시지만 아무래도 어렵지 않느냐. 그런 부분들은 경험이 있었다. 주위에서 워낙 갈등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간접 체험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시즌제 드라마다보니 시즌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합류한다. 특히 이번 시즌에 새로 들어온 배우들에 대한 애정은 크게 남달랐다. 특히 이규한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현숙은 “새로운 배우들과의 호흡은 너무 좋았다. 특히 (이)규한이는 최고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배우가 자기스러운 옷을 입었을 때 가장 빛나지 않느냐. 사실 우리 드라마는 정말 힘들다. 다른 곳에서 몇십년의 경력이 있는 분들에게도 그렇다. 우리 드라마가 줄타기가 심해 힘들어 하신다. 모든 캐릭터들의 개성들이 강하고 이미지들이 세고 완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 들어오신 분들이 적응할 수 있게 기존 배우들이 잘해드리지만 본인들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했다”면서도 “이번 규한이의 경우 수현이를 잘 이끌어줬고, 또 그 덕분에 수민이와의 케미도 잘 살았다. 규한 씨는 연기하고 나서 10년 동안 해왔던 기분이었다고 하더라. 나중에 규한이가 뒷풀이 가서 ‘저 원래 잘 안 떠는데 리딩 때 떨렸다’고 했다. 그래도 막상 현장에 오니 실력을 발휘하더라. 매우 센서티브하고 잘한다”고 칭찬했다.
수많은 배우들이 스쳐지나갔고, 또 남았다. 하지만 김현숙은 타이틀롤 배우답게 11년을 한결같이 함께해왔다.
“이제는 인생의 한 부분이 됐다. 끝나고도 힘들었던 게 어디선가 이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 같다. 엄마 아빠도 계속 계시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던 김현숙은 “시즌1부터 시청해주셨던 분들도 같은 마음일거다. 우리 드라마를 보시면서 같이 나이 먹어가는 분들도 많다. 이번에 지원이가 나오거나 예전 배우들이 나올 때 울었다는 분들이 많으셨다. 그분들에게도 ‘막돼먹은 영애씨’는 인생이지 않느냐. 우리나라에 이런 미니시리즈 형태의 시즌제 드라마는 우리 드라마 뿐이다. 시청자 분들에게도 자기 인생에 한 페이지가 된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서현, 고세원 씨는 평생 이 작품만 하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인생의 한 부분이 됐다. 매번 힘들다고 한 이유도 그만큼 긴 시간이 되다보니 하나의 또 다른 자아가 살고 있는 기분이라 끝나고 나면 힘들다”며 “이번에 ‘추리의 여왕2’ 촬영과 맞물려서 하고 있는데 갑자기 새로운 캐릭터를 하려니 여운이 남아서 쉽지는 않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고군분투기는 다음 시즌에서도 계속 될 예정이다. 벌써부터 많은 시청자들이 시즌 17을 기다리고 있다. 김현숙이 다음 시즌에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그는 “제가 아이를 키우다 보니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이 정말 많다. 실제로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힘들기도 하다. 배우로 촬영하고 집에 가면 육아를 할 때가 있지 않느냐. 사실 그런 상황에서는 육아를 열심히 하는 게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워킹맘으로서의 정신적 고충은 정말 크다. 그런 디테일하고 심리적인 부분들을 잘 다룰 수 있는 게 우리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영애도 변했고 시청자도 변해가는 입장에서 그런 워킹맘들의 마음을 영애스럽게 다룰 수 있었으면 한다. 워킹맘의 애환을 디테일하게 다룰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결과만 나오는 드라마가 아닌 일련의 과정들에 대한 디테일한 공감대를 다루는 게 우리 드라마의 강점이다. 그런 부분을 심도있게 다룰 거다”고 덧붙였다.
김현숙에게 ‘막돼먹은 영애씨’는 인생 그 자체다. 배우 인생에서도, 인간 김현숙의 인생에서도 이제 ‘막돼먹은 영애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그는 “배우로 이런 드라마를 만난 건 정말 영광이고 행운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렇게 끌고 나가는 영화나 드라마는 없지 않느냐. 한편으론 책임감도 더 많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더 뿌듯하다. 어디서 이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싶다. 결론적으로는 정말 감사한 작품이다”라며 “저도 사람이라 본의 아니게 나르시즘에 빠질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영애라는 캐릭터의 반복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새로운 캐릭터나 작품을 해보고 싶단 생각을 하다가도 역시 영애씨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주인공이지만 조연들의 비하인드를 잘 살려주는 드라마는 잘 없다. 드라마는 저 혼자만 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르시즘에 빠질 때 쯤 다른 작품의 현장에 가보면 정말 이만한 작품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작품을 향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