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엔 여전히 힘든 신사업

2018-02-04 19:00
중기 적합업종 79개 품목 규제
부수업무 운영 3개사 불과 … 네거티브 방식 도입 성과 신통치 않아

카드사들의 신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이 카드사 부수업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완화했지만, 중소기업 적합업종 79개 품목과 겹치는 사업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부수업무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성과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맹점 수수료율과 법정 금리 인하 등으로 고사 위기에 놓인 카드사들의 생존을 위해 지난 2015년 10월 카드사 부수업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완화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라는 취지다.

지난해 9월 카드사 CEO들을 만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카드사들의 부수업무 확대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최 위원장은 “카드사들은 단순한 지급결제 수단을 넘어 보유하고 있는 여러 자산들을 활용해 차별화된 부수업무를 제공해야 한다”며 “기존 시장에 침투하기보다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영역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부수업무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3개사에 불과하다. 타 금융권에 비해 턱없이 초라한 성적이다. 아직도 규제가 적지 않아 실질적으로 진출 가능한 부수업무의 폭이 좁은 편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을 발굴 하려고 해도 규제에 가로 막혀 검토에만 그치고 있는 것이다. 규제 탓에 신규 사업 모델 개발이 힘들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발 맞춰 스타트업 투자 등 적극적으로 부수업무 창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정부가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겹쳐 난항을 빚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79개에 이른다. 또 당국의 유권해석에서 신사업이 좌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수업무를 신고하고, 신사업에 나선다 해도 수익 창출로 이어진 것도 아니다.

2016년과 2017년 금융감독원에 부수업무를 신고한 카드사는 BC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세 곳 뿐이다.

각각 PB제품 생산·판매, 중고 휴대폰 매매업무, 부동산 임대료 납부 등에 대한 부수업무를 신청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BC카드는 PB브랜드 ‘톨라’를 론칭하고 자체 쇼핑몰을 통해 판매에 나섰지만, 톨라 제품의 판매량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온라인 쇼핑몰, 소셜커머스 등 기존 13곳의 판매채널은 현재 9곳으로 줄었고, 타월‧물티슈 등 한때 최대 25종에 달했던 판매상품도 현재 9종에 불과하다.

삼성카드는 중고 휴대폰 매매업무를 담당하는 ‘갤럭시클럽’을 운영했지만, 최근 사업을 중단했다. 이미 통신업체에서 갤럭시클럽과 비슷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KB국민카드가 지난해 4월 출시한 부동산 임대료 납부 서비스 실적도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예견된 만큼 마케팅 비용 절감이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규 사업 모델 개발에 적극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부수업무에 있어 여전업과의 업무 연관성을 너무 강조하는 것 같다”며 “규제로 인해 진출 가능한 부수업무를 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 신사업 개발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