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칼럼] 김정은의 독백

2018-02-04 12:29

[김봉현칼럼]

 

[사진=김봉현 초빙논설위원·전 주호주대사]


나는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 나에게는 완성된 핵 무력이 있다. 미국이나 남조선에서 아직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있느니 없느니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정밀 타격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 나는 트럼프를 목표로 하지도 않는다. 나는 수십만명의 불특정한 미국인을 살상할 수만 있으면 된다. 남조선에도 20여만명의 미국인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나와 다르다. 미국은 아주 정밀하게 나를 타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미국과 남조선, 아니면 일본까지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다. ‘코피작전’ 운운하지만 나를 단번에 제거하지 못하면 다 헛수고이다. 할 수 있었으면 진작 했을 것이다.

남조선은 미·중관계의 종속 변수일 뿐이다.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하지 않나. 남조선은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올 뿐이다. 현송월이 간다 해도, 못 간다 해도 아무 말 못하지 않았나. 회담에 한 사람 더 끼워 넣어도, 평창 선수단에 한 사람 더 추가해도 우리 식대로 잘 굴러가고 있다.

내가 핵무력을 가지고 있는 한 북남대화의 주도권은 영원히 나에게 있다. 겨울올림픽이 끝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중국이 쌍중단, 쌍궤병행을 제안하면서 마치 무슨 묘수를 발견한 것처럼 으스대고 남조선도 부화뇌동하지만 결국 우리에게서 핵무력을 뺏으려는 술책일 뿐이다. 무슨 체제 보장이니, 경제 활성화니, 평화조약 체결이니 운운하는 값어치 없는 말장난으로 우리를 현혹시킬 수는 없다.

핵무력이 우리의 체제를 옹위할 것이며 장마당이 경제를 활성화하게 될 것이다. 평화조약이 체결되지 않아도 핵무력이 우리를 평화롭게 할 것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라. 나는 핵무력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김일성 위원장과 김정일 위원장이 이룩한 우리식 사회주의 체제를 굳건히 이어가는 것이 목적이다.

토마스 홉스는 이 세상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하지 않았나. 키신저 박사도 동의하였고, 케네스 월츠 교수도 동의하였다.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라고 하면서 동맹국인 남조선 상품에 관세폭탄을 내리고, 중국이 무자비하게 남조선 기업에 보복하는 것을 보라. 이런 정글 속에서 우리식 사회주의를 이어가려면 핵무력밖에 없다.

7년 전 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서거하고 나이 어린 내가 그 뒤를 이었을 때에 미제와 남조선, 그리고 중국 모두 내가 세상 모르는 철부지라고 생각했다지? 아니, 북조선 내부에서도 그런 분자들이 있었다. 장성택 동지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김정일 위원장을 등에 업고 호의호식하면서 나를 우습게 보았다. 그런데 지금은 제법이라고들 생각한다지? 사람은 죽기를 각오하면 못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남조선 우파 중에는 “생즉사, 사즉생”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 “전쟁할 결기를 가져야 평화가 온다”는 로마시대의 경구를 떠드는 자들이 있지만, 결기는 말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상황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모택동 주석이 장개석 총통을 이긴 것도 다 그 상황이 만들어낸 결기 덕분이고, 김일성 위원장과 김정일 위원장 모두 사회주의 체제를 굳건히 할 수 있었던 것도 죽기를 각오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상황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참수작전이니, 전략무기 순환 배치니 하면서 겁을 주고 있다. 어차피 내 손에서 핵 무력을 뺏을 수 없다면, 나하고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다. 지난 1월 31일 리용호 동지가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를 위협하지 않으면 나는 미국도 남조선도 위협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북조선이 사회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고 북조선 인민들끼리 서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꿈을 가지고 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우리 체제보다 생산력이 뛰어나지만 좋은 것을 많이 생산한다고 해서 인민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남조선 인민들은 자살률이 세계 최고이며 과체중으로 당뇨병, 고혈압, 심장마비로 죽어 가고 있지 않나? 경제 효율이 좋아서 남이 잘살면 무슨 소용이 있나. 부유층들 사는 꼴을 보면 속만 상하는데. 인간은 내가 절대적으로 잘살고 못사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잘살고 못사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우리 북조선 인민들이 유일체제 사상 속에서 우리끼리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식 사회주의체제, 즉 플라톤이 꿈꾸고, 마이클 샌들 교수가 지지하는 공동체주의를 이루려고 한다. 미국이 남조선과 공모하여 나를 제거하려고 하지만 않으면 나는 핵무력을 먼저 사용할 생각이 없다. 그것이 자살행위라는 것을 내가 모르겠나. 제발 나를 내버려 두라.

나는 북조선 인민들이 죽기를 각오할 수 있는 정도로만 경제를 꾸려가려고 한다. 가진 것이 많아지는 상황이 되면 두려움이 생긴다. 북조선이 핵무력과 이판사판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 한 아무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한다.

그런데 장성택 동지가 죽기 전에 한 말이 기분 나쁘다.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핵무력이 완성되어 북조선 사회주의 체제가 공동체 주의를 이룬다 해도, 인간의 이기적 유전자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것을 잘 이용해야 한다. 그것을 잘못 이용하면 칼이 되어 우리 목을 칠 것이다. 소련도 그렇게 당하였고, 중국도 결국 굴복하였다. 북조선에도 그런 날이 올지 모른다. 미제가 아니라 북조선의 장마당이 우리를 덮칠 것이다.” 장성택 동지가 스스로 명을 재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