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궈훙 주한중국대사 "북중관계 순탄치 않아…한국과 중국은 이혼한 부부 아닌 운명공동체"

2018-02-02 01:00
"북한 평창올림픽 참가 매우 바람직"
사드갈등 시간 지나 변곡점 왔다…한국과 중국, 더욱 견고해질 것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결정 지지…정부, 대화 기조 계속 유지해야

[추궈훙 중국대사 ]


추궈훙(邱國洪) 주한중국대사가 “북·중관계가 순탄치 않지만 북한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추 대사는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파문과 관련, "한국과 중국은 '이혼한 부부'가 아니다. 헤어지고 싶어도 쉽게 헤어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닌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추 대사가 2014년 2월 주한중국대사로 부임한 이래 이처럼 한·중 외교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추 대사는 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인간개발연구원이 주최한 1962회 경영자연구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연구회는 ‘중국 19차 당대회와 한·중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주제로 추궈훙 대사와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 권병현 전 주중대사관 특명전권대사 등을 비롯해 기업 CEO, 교수 등 사회 각계각층 인사가 참석했다.

추 대사는 주제 강연 후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한·중관계가 과도기를 지나 서서히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국가 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민감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한·중관계가 수교 이후 급속하게 발전했다가 사드 배치·사드 보복으로 중국인과 한국인이 모두 한 차례 아픔을 겪고 이제 변곡점에 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계회복을 위해서는 국가 간 상호 신뢰도를 회복하는 일이 무척 중요한데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이후 양국 고위급 정치인들의 신뢰와 대화 채널이 회복됐다는 것은 매우 의미 깊은 일”이라며 “이를 기점으로 경제협력 등 다른 문제를 차츰 풀어가자"고 말했다.

한·중 관계를 망치는 것은 한국의 일부 편향된 언론이라는 지적도 했다. 그는 “국가는 자국의 국민정서, 국민수준에 부합하는 정책을 편다. 때문에 중국은 (사드 배치·대북 정책 등)한국의 선택이 어떠하더라도 이를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한국을 보면 중국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나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관계를 어렵게 하는 건 문제를 감정적으로 몰고가는 언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도 사드 보복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입은 경제적 고통과 국민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중국 역시 한국의 사드 배치로 큰 상처를 입은 만큼 한국만이 피해자라는 감정으로 중국을 왜곡해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또 “사드해법으로 양국의 관계가 더 높은 경지로 올라서는 건 우리에게 달렸다”며 “사드문제로 양국의 관계가 다쳤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턱 낮추기(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조건을 내걸지 않는 것), 조금씩 걷기(쉬운 것부터 접근하기), 함께 걷기(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등 대등 원칙)의 3가지 접근 방법을 제안했다.

한·중관계보다 북·중관계가 더 견고하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에 국제사회가 모두 반대하듯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 제재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제재를 가하는 건 중국도 대찬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유엔안보리 제재안을 엄격하게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중국에 불만이 매우 많은 상황"이라며 "북·중관계도 순탄하지 않다. 진정으로 중국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객관적으로 사태를 봐달라”고 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 핵문제의 핵심은 북·미 간 갈등이며, 그 본질은 안보문제"라고 지적한 뒤 "중국책임론, 중국역할론은 사실을 왜곡하고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특히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 방중 당시 '홀대 논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 방중 당시 중국은 기존 관례를 깬 최고의 대우를 했다”며 "(일부 언론이) 문 대통령이 방중기간 중국 정부로부터 홀대 받았다는 문제제기를 보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이 강하게 원했던 방중 당일(지난해 12월 13일)은 난징대학살 추모식이 있던 날로 중국의 국가적인 장례식이 있던 날"이라며 "이 때문에 시진핑 주석이 직접 접견하지 못했을 뿐이지 그 외에는 일반적인 국빈방문을 뛰어넘는 최고의 예우를 다했다. 중국은 문 대통령과 한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 대사는 "중국은 문재인 정부 최근 행보를 지지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북한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며 “남북단일팀을 제안한 문 대통령의 결정은 매우 바람직하고, 중국 또한 이런 한국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올림픽에 참여한 동기가 무엇인지, 목적이 뭔지 이런 정치적인 문제와 관계없이 양측의 상황을 완화하고, 그런 의지를 정부가 드러내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중요한 건 올림픽 이후까지 이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동기가 어쨌든 간에 상관하지 않고 한국 정부가 이를 모멘텀으로 해서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