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의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핵심 무기인 천궁(天弓·M-SAM) 양산 과정에서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의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계약형태를 임의로 바꿔 376억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양산업체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7300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취업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천궁 등 주요 무기체계 계약비리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천궁'(天弓)은 적 항공기를 요격하기 위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로 다기능레이더와 발사대, 교전통제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 구성품은 별도의 방산업체에서 생산되며 '체계종합'을 맡은 업체가 각 구성장비를 연결해 단일체계로 구성한다.

방사청 초도양산 계약팀장 A는 레이더와 발사대에 대해 2012년 7월 사업팀이 분리계약으로 결정하자 일괄계약으로 변경하도록 사업팀의 의사결정에 관여했다.

애초 사업팀은 분리계약이 일괄계약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지만, A의 요구에 따라 같은해 12월 일괄계약으로 초도양산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분리계약보다 계약위험보상 등의 명목으로 LIG넥스원에 176억원을 추가 보상한 셈이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게다가 A씨는 2013년 1월쯤 LIG넥스원의 협력업체 관계자에게 취업을 청탁하고 전역 한달 뒤인 이듬해 5월 해당 협력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A는 2013년 4월 LIG넥스원에 천궁의 '무정전 전원장치'를 관급하는 B사에 유리하도록 품목사양서를 수정해주고 전역 후인 2014년 5월부터 B사의 법인카드를 받아 7300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이듬해 11월에는 자신의 처를 B사에 취업시키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초도양산에서 원가감독 업무를 수행했던 C는 2012년 8월 계약팀으로부터 천궁 계약형태에 대한 검토요청을 받자 원가분석도 하지 않은 채 LIG넥스원에 유리한 '일괄계약 의견'을 통보했다.

아울러 C는 자신의 친형과 장모의 부탁을 받아 같은해 6월 조카를 LIG넥스원에, 9월께 처남을 협력업체에 각각 취업시켰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후속양산 사업팀장 D는 천궁 후속양산 계약형태를 결정하면서 2014년 6월 LIG넥스원으로부터 일괄계약이 유리한 것으로 작성된 자료를 받아 이를 기초로 같은해 10월 일괄계약으로 조달요구했다.

방사청은 LIG넥스원과 2014년 12월 후속양산계약을 체결했고 분리계약보다 200억원을 추가 보상하게 됐다.

더욱이 D는 2014년 이후 LIG넥스원 등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골프·식사 등 450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방사청장에게 퇴직자 2명(A·D)과 현직자 1명(C)의 비위행위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9월 A, C, D 등 관련자 5명을 검찰에 수사요청했고 10명을 수사참고자료로 송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