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죽을 때까지 요금 무료"..아주대 PC방 전쟁 소문의 진실은?

2018-02-01 15:34
ㄱ PC방과 ㅅ PC방, 동업 '거절' 혹은 '파기' 두고 전면전
"내로남불" "뒷통수 쳐도 유분수" 직접 들어 본 양측의 입장

ㄱ PC방과 ㅅ PC방이 위치한 ㅇ 빌딩 외벽. [사진=백준무 기자]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 앞은 'PC방 전쟁' 중이다. 지난 주말 대학가에 위치한 ㅅ PC방이 '이용요금 무료'를 선언했다는 소식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같은 건물에 위치한 ㄱ PC방이 이용요금을 파격적으로 내리자 맞대응했다는 후문이다.

ㅅ PC방이 ㄱ PC방을 겨냥해 건물 외벽에 내건 살벌한 문구의 현수막까지 회자하면서 뒷말만 무수히 돌았다. ㄱ PC방 사장과 ㅅ PC방 사장이 동업하기로 했는데, ㅅ PC방의 내부 경영 자료만 확인한 뒤에 연락을 끊고 매장을 새로 열었다는 것이 인터넷 상으로 알려진 'PC방 전쟁'의 배경이다.

대부분의 반응은 ㄱ PC방을 향한 비난 일색이다. ㄱ PC방이 상도덕을 어겼다는 손가락질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실도 그럴까. 삼인성호(三人成虎). 호랑이가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확인했다. ㄱ PC방과 ㅅ PC방의 얘기를 직접 듣고 사건을 재구성했다.

◇ 챕터1. 왜 시작됐나?



현재 ㅇ 빌딩 2층에는 ㄱ PC방이, 5층에는 ㅅ PC방이 자리하고 있다. ㄱ PC방은 지난달 27일 현재 자리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원래 ㄱ PC방과 ㅅ PC방은 작은 주차장 하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ㄱ PC방을 운영하는 최모씨와 ㅅ PC방을 운영하는 손모씨 등은 지역 상권 모임을 통해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갈등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ㄱ PC방이 ㅅ PC방이 있는 ㅇ 빌딩 2층으로 점포를 확장하려고 하면서다. ㅅ PC방 사장 손씨는 "최씨가 어느 날 갑자기 2층 계약을 했고, 계약한 다음날 지인을 통해 소식을 들었다"면서 "너무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씨는 입장이 다르다. 계약 이전에 상권 모임을 열어 다른 PC방 업주들에게는 양해를 구했다는 것이다. ㅅ PC방 측이 모임에 불참했고, 연락을 피했다는 게 최씨의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씨는 상도덕의 측면에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손씨의 경우 대로 건너편에 다른 매장 두 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 PC방 역시 이미 제3의 PC방이 영업 중인 건물에 차린 것이라는 얘기다.

최씨는 ㅅ PC방이 한 건물에 동종 업소가 입점했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 챕터2. '가격 덤핑'은 누가 먼저?
 

ㅅ PC방은 지난해 10월 시간당 이용요금을 500원으로 내렸다. [이미지=ㄱ PC방 업주 제공]


ㅅ PC방은 지난해 10월말 시간당 이용요금을 500원으로 내렸다. 최씨가 2층 가계약을 마친 직후다. 현재 아주대 주변 PC방 시간당 요금이 1000원 초반대인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당시 ㅅ PC방 관계자가 온라인에 게시한 "ㄱ PC방 폐업할 때까지 500냥"이라는 내용을 통해, 가격 인하의 목적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ㅅ PC방은 연말까지 이용요금을 500원으로 유지했으나 올해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요금을 1500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ㄱ PC방의 오픈에 맞춰 '무료'를 선언한 상황이다.

손씨는 "동업을 하기로 한 최씨가 갑자기 2층 매장을 오픈하더니, 20시간 무료 쿠폰을 뿌리고 요금을 500원으로 내렸다"면서 맞대응 차원임을 강조했다.

ㄱ PC방의 최씨는 이용요금을 내린 것은 인정하면서도 "요금 할인은 업계의 오픈 관행"이라면서 "1월말까지 한시적으로 내렸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 챕터3. 동업 제의, 그리고 거절 혹은 파기

'PC방 전쟁'의 최대 쟁점이다. 지난해 ㅅ PC방의 가격 인하로 인해 타격을 입은 인근 PC방 업주들은 최씨에게 "ㅅ PC방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했다. 최씨는 ㅅ PC방 프랜차이즈 본사를 찾아갔으나 돌아온 것은 황당한 제안이었다고 회상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밖에 없다. 1번, 5층의 ㅅ PC방을 인수한다. 2번, ㅅ PC방과 원래 있던 ㄱ PC방의 자리를 바꾼다."

최씨는 "ㅅ 본사는 매장이 650개 있는 업계 1위 프랜차이즈"라면서 "대기업 PC방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결국 최씨는 11월말 ㅅ 본사 대표에게 문자 메세지를 통해 "매장을 교환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ㅅ 본사는 최씨에게 손씨와의 동업을 제의했다. 2층과 5층의 매장을 모두 최씨가 관리하는 대신 수익의 60%를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고민 끝에 최씨는 거절했다. "매장을 더 늘리기에는 체력이 안되더라." 내부 자료까지 확인했다는 소문과 달리, 자신이 본 것은 하루치 매출표에 불과하다는 게 최씨의 입장이다.

그러나 ㅅ PC방의 입장은 다르다. 손씨는 코웃음을 쳤다. 자신도 최씨와의 동업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씨는 중재에 나선 본사와 최씨 아내의 거듭된 설득 끝에 마지못해 'OK' 했다.

손씨는 "최씨가 모든 직원들과 손님들에게 '이제 나는 1000대 보유한 PC방 사장'이라고 말하고 다녔다"면서 "인수인계하기로 했는데 최씨가 매장에도 안 오고 통화가 되질 않았다. 뒷통수 쳐도 유분수"라고 밝혔다.

◇ 챕터4. 전쟁은 현재진행형
 

ㄱ PC방 업주 최씨는 해당 CCTV 영상을 근거로 ㅅ PC방 측에서 입간판을 훔쳐갔다고 말했다. [사진=ㄱ PC방 업주 제공]


전쟁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ㅅ PC방 직원 중 하나가 뇌출혈 진단을 받으면서 갈등은 더 격화됐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임도 하고 밥도 먹는 사이"라던 지역 상권 모임도 친소관계에 따라 양분된 상황이다.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있는 ㅅ PC방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ㄱ PC방을 향해 포화를 겨누고 있다. 최씨의 사생활까지 거론하는 것에 대해 손씨는 "사실이 아니라면 그 사람이 법적으로 저희에게 대응해야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최씨 또한 CCTV 영상을 근거로, ㅅ PC방 관계자가 ㄱ PC방의 입간판을 훔쳐가는 등 노골적으로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최씨는 "내가 직접 대응하면 변호사를 만나야 되는데 쉴 시간도 없다"면서 "알만한 사람들은 사실을 알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지난달 29일 찾아간 ㄱ PC방과 ㅅ PC방은 모두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참고로, '무료 선언'한 ㅅ PC방의 이용요금은 실제로는 시간당 300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