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의 이상한 잣대...'최고 분양가' 나인원 한남 분양보증 거절 (종합)
2018-01-30 18:23
- "아크로리버파크보다 낮춰라"
정부가 서울 강남의 집값을 잡기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HUG 역시 '역대 최고 분양가'에 대한 보증을 거절하며 정부의 보조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HUG가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무리하게 기준을 적용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30일 HUG에 따르면 HUG는 이날 나인원 한남의 시행사인 대신F&I에 분양보증 승인 거절을 통보했다.
HUG 측은 "나인원 한남의 경우 고분양가 사업장 기준에 맞지 않아 분양보증을 승인하지 않았다"면서 "합리적 범위 내에서 분양가를 정해 분양보증을 재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대신F&I는 3.3㎡당 분양가를 평균 6000만원대 이상, 일부 펜트하우스는 1억원 안팎으로 책정하려 했지만 고분양가 논란을 빚으면서 이를 포기한 바 있다. 이에 작년 12월 초 3.3㎡당 펜트하우스를 포함 평균 분양가를 6360만원(제외 시 3.3㎡3당 5700만원) 수준으로 정하고 HUG에 분양보증을 신청했다.
대신F&I는 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기준인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 매매가의 11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에 맞춰 인근 '한남더힐'의 평균 시세인 6350만원(73평형 이상 기준)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는 기존 최고 분양가 기록인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의 3.3㎡당 4750만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HUG 측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기존 최고 분양가인 서울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의 분양가를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한남더힐이 분양가 책정 기준이 돼야 한다는 대신F&I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한남더힐과 함께 한남힐스테이트 아파트, 주상복합인 리첸시아, 한남동하이페리온1차, 용산한남아이파크 등 총 5곳을 비교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F&I는 HUG의 불승인 결정에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분양보증 승인의 독점 권한을 가지고 있는 HUG가 3.3㎡당 4000만원대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F&I에 따르면 두달 가까이 분양보증 심사가 미뤄지면서 금융 비용(대출 이자)으로 매일 1억8000만원씩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F&I는 내부적으로 3.3㎡당 평균 분양가의 '마지노선'으로 6000만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HUG의 분양보증 불승인이 이례적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HUG가 분양보증 발급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2016년 7월 강남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디 에이치 아너힐즈' 이후 처음이다. 당시 현대건설은 이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를 강남구의 평균 분양가격보다 13% 높은 수준인 4310만원에 책정해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후 분양가를 다시 조정해 승인받았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시장에 잇따라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HUG가 정부의 눈치를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최고 분양가를 승인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무리하게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HUG는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에 대한 분양보증을 심사할 당시 인근 아파트 중 최상위급인 '갤러리아 포레', '트리마제' 2곳을 기준을 잡고 분양가가 110%를 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분양보증을 발급해 줬다
이에 반해 나인원 한남은 인근 5개 단지를 비교 대상으로 잡아 기준을 높였다. 이들 5곳의 평균 매매시세는 3.3㎡당 4000만원 수준이다. 6000만원대의 한남더힐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 단지는 2600만~2800만원에 불과하다.
또 이번 분양심사 과정에서 HUG가 나인원 한남의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10평형, 20평형이 주력 평형인 공동주택이나 원룸까지 비교 대상에 무리하게 포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분양보증을 앞세워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은 지나치게 시장 논리를 간섭하는 것이다"면서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민간 기업의 사업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