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창간 특별강의] "'양날의 검' 전속고발권, 폐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2018-01-30 20:00
공정하지 못했던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행사…유지 VS 폐지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내 최초의 입법 탐사 전문 매체 ‘법과 정치’ 창간기념식에서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전속고발권 폐지(공정거래법 개정)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창간기념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불을 잘못 사용하면 화재가 나서 우리에게 흉기가 될 수 있죠? 그러나 불을 잘 사용하면 국민에게 이로운 기재가 됩니다. 전속고발권은 우리에게 양날의 검인 만큼 폐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법과 정치 창간기념식 및 강연회'의 특별 강연자로 나선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제도를 프로메테우스의 '불(火)'에 비유하며, 폐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속고발권은 가격 담합 등 공정거래 분야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기업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수사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에 따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공정위가 대기업을 지나치게 의식해 필요한 경우에도 고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고, 또 다른 이유는 공정위가 검찰이나 경찰처럼 '강제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아 사건을 조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전속고발권 폐지가 법조계 최대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6월 전속고발권 폐지 주장이 거세지자 조달청, 중소기업청, 감사원이 고발 요청을 하면 공정위가 무조건 고발하는 '의무고발제'를 도입했지만,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은 유명무실한 '의무고발제'보다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정위의 고발 없이 누구든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게 하고, 검찰이나 경찰도 기업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6일 업무보고를 통해서도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방지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기반 조성 △혁신경쟁 촉진-칸막이식 규제 철폐 △소비자 권익 보호-집단소송제 도입 추진, 제조물책임법상 징벌배상제 △법집행체계 개선-일부 전속고발권 폐지 등 주요 업무 추진 방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 교수는 전속고발제도를 폐지하면 누구나 고발권을 가지게 되면서 △검사의 공소권에 대한 사전적·소극적 통제기능 △전속고발 대상 범죄에 대한 효율적인 적발 △권력분립을 통한 형사사법기관의 업무부담 경감 등 문제점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지 교수는 특히 "가장 이상적인 법치주의는 견제와 균형이다. 검찰권 행사를 하는 데 있어서 견제장치를 두는 게 좋고, 이것은 전속고발권 제도 존재의 의의"라면서 "만약 전속고발권이 폐지된다면 소극적 견제장치가 없어진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매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속고발제도가 폐지되면 소송이 남발되면서 일상적인 상거래 활동이 모두 수사기관의 업무 대상이 되므로 사법기관의 업무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기업 활동도 크게 위축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수사 자체만으로도 손익 판단에 기초한 경제활동에 대한 심각한 역효과 및 민사사건의 형사화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면서 "수사로 인해 기업 활동이 마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국제단체나 해외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을 압박할 목적으로 우리나라 시민단체를 우회해 고소·고발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국제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전속고발제도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와 관련한 전문성을 확보해 타당하고 효율적인 규제를 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지만, 경쟁 당국의 자의적 고발권 행사로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이런 일이 발생하면 GDP, GNP 등 경제지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전속고발권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재량적 제도"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에선 대부분 전속고발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논의하는 국가는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 전속고발제도를 없앤다면 해당 분야 공정거래 질서는 잡힐지 몰라도 경제 활성화, 지역적 측면, 전 세계적인 문제점들을 타개하기에는 상당히 어렵다"면서 "이론적인 결론은 없지만 (전속고발권이 아직은)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