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의 경제학](르포)평창올림픽 사전답사, '한파'가 반가운 평창...손님 맞이 '열기'로 가득
2018-01-29 00:00
美 취재진 200여명 대기…강원 5개 지역 관광상품 연계사업 준비
입장권 올림픽 72%·패럴림픽 75% 판매
입장권 올림픽 72%·패럴림픽 75% 판매
바람이 살을 베는 듯했다. ‘이 추위에 사람들이 올까’ 그런 생각이 들어 물었더니 강원도청 관계자가 답했다.
“오히려 안 추울까 걱정이에요. 날이 따뜻해 행여나 눈이 녹기라도 하면 스키를 비롯해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거든요. 지난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때 생각보다 기온이 내려가지 않아 애 먹었다고 들었어요. 겨울 스포츠는 추워야 잘 됩니다.”
반신반의했다. 한대와 온대기후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 지형적 특성상 동계올림픽 유치가 필요했느냐는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그것도 삼수(두 번의 유치 실패)까지 해 가면서 말이다.
최근 대한민국은 고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경제성장률 3%안팎의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 침체된 경기에 좀처럼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10%대 청년 실업률이 말해주듯 한창 일해야 할 청년이 노동시장에 발조차 디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 성장’ 불때기에 열을 내고 있지만 이미 식어버린 경제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40만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여명에 달하는 미국 NBC 방송 취재단은 이미 강릉에 숙소를 잡고, 경기장 곳곳을 사전 취재하고 있었다.
덩달아 강원도가 들썩였다. 오지에 가까웠던 강원 지역이 세계적인 겨울 관광지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서울과 강릉을 잇는 경강선 KTX가 개통됐다. 지역내 숙박업소와 음식점, 상가들이 리모델링을 하는 등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강원도민들도 뭉쳤다. 평창·정선·태백·영월·횡성 등 5개 지역은 대회 기간 동안 각각 특성에 맞는 관광상품을 연계하는 ‘레인보 프로젝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올림픽 경기장과 강릉 바우길 등 강원도 관광 콘텐츠를 연계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강릉 아이스 아레나 경기장은 막바지 점검 작업에 들어갔다. 피겨, 쇼트트랙 등 우리나라 금메달 밭이 될 가능성이 큰 곳이다.
경기장 내부를 둘러보는 데 작업을 하는 사람들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빙판 온도와 두께를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데 외부 사람들이 오가면 빙질 관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성격이 다른 피겨와 쇼트트랙 두 종목이 여기서 열리고, 2월 17일과 20일엔 동시에 경기가 열려 특별히 빙질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며 “피겨가 끝난 후 광고판, 펜스 등도 서둘러 교체해야 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빙판 두께는 3㎝인 반면 피겨는 5㎝로 조금 더 두껍다. 빙판 온도도 쇼트트랙은 영하 7도 이하로, 피겨는 영하 3도로 유지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2월9일)까지 2주가량 남았다. 조직위에 따르면 대회 시설은 모두 완공됐다. 입장권은 올림픽이 72%, 패럴림픽이 75% 각각 판매됐다. 후원금도 목표 대비 115% 초과 달성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결정도 이번 대회의 성공적 개최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지난 22일 1박2일간의 방남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고, 북한 응원단 등 선발대와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도 25일 짐을 풀었다.
남북이 하나돼 경기를 치르는 동안은 펄럭이는 한반도기가 핵 위협을 잠시 잊게 하지 않을까. 2011년 7월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을 발표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기쁨은 잠시, ‘과연 성공할까’라는 걱정이 밀려왔었다.
살이 에는 듯한 혹한에도 막바지 준비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곳 사람들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바람이 불었다. 성공적 개최를 염원하는 그들의 바람에 걱정을 실어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