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폭설 결항 '나몰라라' 갑질…여행사만 '울상'

2018-01-25 12:46
여행사측 "금전전 보상 바라지 않는다"…"단, 사과해라"
제주항공 '천재지변'…항공기 취소는 불가피

최근 제주도에 내린 폭설로 제주항공이 결항돼 제주지역 한 여행사가 수천만원의 피해를 본 가운데 이 여행사 대표가 의도와 달리 금전적 보상을 바라는 것처럼 본질이 와전되고 있다며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제주지역 아웃바운드 여행사 ‘대승항공여행사’는 지난 11일 오후 7시 25분 제주항공 7C4287편에 159명의 승객을 태우고 제주를 출발, 치앙마이로 운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연을 거듭하다 결국 4시간 반만인 자정이 돼서야 운항을 취소됐으나, 더 쾌씸한 것은 금전적 피해를 떠나 159명의 승객에 대해 소홀히 한 점, 대합실·기내에서 지연에 따른 방송이 없었던 점 등을 따져 당시 무성의한 대처에 나선 제주항공을 상대로 꼭 사과를 받아야 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 제7조에 따르면 항공운송사업자 등은 여객기 지연 또는 진행 상황에 따른 정보를 매 30분 간격으로 알려야 한다.

반면 제주항공측은 당시 폭설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당시 기내에 대기하던 승객들에게 세부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수차례 안내방송을 했다. 또한 당시 해당 항공편이 제방빙(여객기 쌓인 눈과 얼음을 제거하는 작업) 작업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제방빙 작업을 안한 것은 정비사와 기장에 판단에 근거한 것. 즉 해당 항공편이 결항된데 ‘항공사 측의 책임이 있다‘식의 주장은 오해”라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고금환 대승항공여행사 대표와 지난 24일 오후 제주시내 모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진순현 기자]


이에 본지는 고금환 대승항공여행사 대표와 지난 24일 오후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고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앞서 기자회견을 하게 된 이유는
A. 지난 22일 제주웰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보상을 원해서가 아니다. 다만 제주항공을 상대로 잘못된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 분명한 사과가 있을 것이라 봤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지금까지도 묵묵부답이다. 앞으로도 잘못된 부분을 시인하고 사과한다면 더 이상의 논쟁은 없을 것이다. 

Q. 항공기 운항 취소, 제주항공이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A.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자 ‘나몰라라’ 했다. 당초 7C4287편은 11일 오후 7시 25분 출발할 계획이었다. 이후 지연에 지연을 반복하다 2시간 지난 후인 오후 9시 30분께 탑승이 시작됐고, 10시께 탑승을 완료했다. 또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활주로에 대기를 하면서 왜 계속 대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한번도 기내 방송을 하지 않은 채 오후 11시 8분께 돼서야 결항 통보를 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내가 직접 승무원을 찾아가 승객들 내리면 방법을 찾아야 하니 지상팀이랑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무조건 안된다’ ‘기내 업무방해’라며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공항경찰대 고발하겠다고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항공기에 탑승해 출발을 기다리던 승객들은 자정을 넘긴 다음날 12일 새벽 0시 30분께 항공기에서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자 저희 여행사는 고객들을 공항에서 지내게 둘 수 없어 급하게 차량과 호텔을 수배해 공항을 빠져 나와야 했다. 이 과정에서도 제주항공 측은 승객들에게 어떠한 사과의 말도 도움도 주지 않았으며, 다음날 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Q. 결항 이후 여행 일정은 무사히 진행됐는지
A. 승객들은 다음날인 12일 오후 9시 30분 항공기(2시간 지연)로 태국 치앙마이 현지로 출발 할 수 있었다. 승객들은 3박5일 여행 일정이 2박4일로 단축되는 불편과 피해를 입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제주항공은 또 다시 천재지변이라고 변명을 늘어놔 승객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나중에는 국내선이 들어와서 국제선 연결시 운항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가 빨리 떨어지지 않아 늦는다고 했다. 승객들이 불만이 최고조로 올라가자 공항내 방송시스템이 고장나 안내를 안했다고 직원들은 변명만 했다. 울화통이 터진 몇 몇 승객들은 항공권을 제주항공 측에 집어 던지며 탑승거부를 하기도 했다. 

Q. 제주항공 운항취소로 어느 정도 피해를 받는지
A. 중소 여행업체가 항공사에 항의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사실상 ‘갑을’ 관계다. 만약 우리측에서 잘못이 있다면 패널티 10~25%, 최대 50%까지 물도록 계약돼 있다. 여행사 하루 일정이 취소되면서 현지 랜드비로만 약 2000만원 정도의 피해를 입게 되었으며, 제주항공 측이 11일 결항에 따른 승객 방치로 인해 차량, 숙박, 식사 기타사항에 따른 손실도 약 1000만원에 이른다. 저희 중소 여행업체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피해보상 등은 원치 않는다.

Q. 제주항공에 가장 서운한 점은
A. 여행을 하다보면 천재지변이나 기체결함으로 비상착륙이나 지연 등의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항공사·여행사·승객들은 협조해서 해쳐나가야 한다. 그날 폭설속에 버스부르고, 호텔잡고, 점심·저녁값주고 애쓰는 여행사 옆에 단 한명빼고 누가 있었나. 다음날 아무소리없이 나와준 승객들을 볼때 고마워 가슴이 뭉클했다. 
 

[사진=아주경제DB]


반면 제주항공측은 기내에 대기하던 승객들에게 6차례에 걸쳐 안내방송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한 승무원에 따르면 일부 승객은 승무원에게 물잔(종이컵)을 던지는 기내소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항공기 상황으로 7C4287편은 지난 11일 오후 10시 25분께 이륙허가를 받아 푸시백에 들어갔으나, 제주공항측에서 오후 10시 50분부터 2시간 가량 기상악화로 인한 활주로 임시 폐쇄 조치를 취함에 따라 항공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11시 7분께 되서야 최종적으로 운항 취소를 결정, 승객들에게 이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승무원 근무시간을 준수하고, 치앙마이 국제공항 입국심사제한시간(오전 2시)을 준수하려면 오후 11시에 이륙해야 함에 따라 당일 항공편 운항을 취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