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수감 경험자가 말하는 '슬기로운 감빵생활' 허와 실
2018-01-24 19:31
감옥을 배경으로 한 예능이 줄을 잇고 있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11%대의 시청률로 인기리에 종영한 데 이어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착하게 살자'도 뒤를 이어 방영중이다. 실제 구치소 생활은 어떠며 방송과 차이는 어떤 게 있을까?.
24일 구치소를 경험해본 30대 직장인 A씨에게 차이점을 물었다. A씨는 10여 년 전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병역법 위반으로 1년여의 형을 살았다. 1급수로 출소했으며 현재는 웹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애청자로 드라마가 실제 구치소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감방의 구조, 동복과 하복으로 나뉘는 수의의 퀄리티, 수인번호를 찍는 부분이 낡고 해진 것까지 똑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 내의 권력구조를 잘 그렸지만 교도소에서 절대적인 존재인 보안과장에게 대드는 일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다”며 “재소자들끼리 싸우는 일도 없다”고 했다. 작업을 나가는 출역자의 경우 급수 상승으로 더 많은 혜택을 얻기 위해 조심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물었다. 그는 유한양이 다시 체포되는 장면을 꼽았다. “사기면 사기, 마약이면 마약, 절도면 절도 실제로 수감되는 사람중 많은 수가 재범”이라며 “곧 그게 그 사람의 인생이 돼 버리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우면서도 씁쓸했다”고 말했다.
감방도 종류가 있다. 구치소와 교도소다. 구치소는 재판을 위해서 신병을 잠시 대기시키는 곳이다. 재판이 끝나지 않은 사람들을 미결수라 부르는데 판결이 내려질 경우 기결수가 돼 교도소에서 형을 살게 된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 1, 2년 미만의 단기 형은 구치소에서 형을 살기도 한다. 구치소에서 2년은 장기수다.
특히 구치소는 4계절 중 겨울에 수감자가 늘고 여름에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사회생활 능력이 없는 범죄자들은 겨울에 오갈데가 없기 때문이다. A씨는 “본인이 수감됐던 구치소의 경우 겨울에 3000여 명까지 늘어났다가 여름에 1800명 수준으로 줄었던 적이 있었다”며 “사회와 비교도 안되게 자유롭지 못한 곳이지만 먹고는 살고 잘 수는 있으니 당연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극의 제목처럼 슬기로운 감빵 생활을 위해 지켜야 할 룰에 대해 물었다. 답변은 눈치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A씨는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눈치만 있으면 힘들지 않게 잘 살 수 있다”며 “반대로 눈치가 없으면 진짜 힘들다”고 말했다. 한방에서 적으면 6~7명 많으면 14명 가까이 지내기 때문이다. 한 두 사람이 삐걱 대면 주변 사람들도 힘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교도소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예능이 나오는데 대해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이젠 하다못해 감방까지 들춰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A씨는 “취사장에서 징역 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20킬로그램 가까이 빠질 정도로 고생을 했다”며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쥐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힘든 모습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면 방송에서 다루는 것에 대해 찬성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