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드 배치를 이유로 지난 2016년 경제 보복 조치인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내렸고 중국과 한국 간 대중문화 교류가 차게 얼어붙어 버렸다. 긴 시간 중국은 한국 콘텐츠 반입을 금지했지만, 최근 한국 음악·영화·드라마 등이 글로벌 시장을 휩쓸며 중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중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에 한국 드라마들이 잇따라 방영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 8일 중국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 '비리비리'에서는 조정석·유연석·정경호·김대명·전미도 주연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1이 방영을 시작했다. 해당 드라마는 지난 2020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시즌2까지 내용을 이어가며 국내외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바 있다. 앞서 중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 한국 드라마가 방영된 건 5월 '배드 앤 크레이지' 이후 약 7개월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중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에 진출하고 드라마 팬들의 이목이 쏠린 바 있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인 유쿠는 지난 12일부터 김태리·남주혁 주연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방영됐고 16일에는 한국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이 중국 아이치이에서 서비스됐다.

한국 드라마는 올해 1월 '사임당, 빛의 일기'를 시작으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또 오해영'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태원 클라쓰' 등 드라마 13편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방영됐다.
특히 중국 현지 TV채널인 안후이위성TV는 한국 드라마 방영을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각)안후이위성TV의 포털 바이두 커뮤니티 사이트인 안후이웨이스바는 웨이보를 통해 올린 공지 글에서 "태국 드라마와 한국 드라마가 돌아온다"고 밝혔다. 해당 채널은 "2023년 당신은 어떤 태국 드라마와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길 기대하는가?"라며 댓글로 소통해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안후이위성TV는 '별에서 온 그대' '해를 품은 달' 등 인기 한국 드라마를 수입하고 중국에서 방영했다. 그러나 '한한령' 발동 이후 지금까지 6년 가까이 한국 드라마 방영이 끊겼다.

영화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을 시작으로 물꼬를 텄다. 지난 8일 비리비리를 통해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변 호텔'이 공개된 것이다. 해당 영화는 약 6년 만에 중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노출돼 눈길을 끌었다.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높은 만큼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방영되는 작품의 숫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1은 195만회가 재생돼 1만1000여개 댓글이 달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상황.
영화·드라마의 인기만큼이나 아이돌 그룹의 활동도 다시금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2일 중국 최대 음원 플랫폼 중 하나인 '왕이윈뮤직'에서는 한국 아이돌 그룹인 (여자)아이들이 연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올해 3월 발매된 정규 1집 '아이 네버 다이(I NEVER DIE)'와 지난 10월 발매한 미니 5집 '아이 러브(I love)가 '왕이윈뮤직' 디지털 앨범 판매량 100만장 이상, 누적 스트리밍 1억 5천만 회를 달성하며 무서운 성장세로 연간 차트 1위에 등극한 것이다.

(여자)아이들 소속사 큐브엔터 관계자는 "'왕이윈뮤직' 플랫폼은 음원 사용자 9억명에 달하는 중국 최대 음원 플랫폼 중 하나로, 당사는 2020년 6월 '왕이윈뮤직'과 75억원 규모의 독점 음원 공급 및 공동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음원 음원 공급 계약을 넘어 한한령 해제 이후 중국 본토에서 큐브엔터 아티스트들의 프로모션 강화 및 공연 등 오프라인 활동까지 긴밀히 협조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여자)아이들이 중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중국 기업에서도 비즈니스 제의 문의를 보내고 있다고. 큐브엔터 관계자는 "중국 최대 IT그룹인 '텐센트' 산하 '텐센트 뮤직'을 비롯하여 중국 내 여러 기업에서 비즈니스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최근 이런 제의들을 보면서 한한령 해제가 임박했음을 체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