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신화' 러에코, 9개월만에 귀환...주가는 곤두박칠

2018-01-24 17:41
중국 선전증시 창업판 상장사 러스왕, 24일 거래 재개
러스픽처스 인수 중단 선언해 지속 이유 없어, 전망은 부정적
자웨팅 부채 논란 여전해, 러스왕 2년 연속 적자 기록할 듯

자웨팅 러에코 창업자. [사진=아주경제 DB]
 

중국 '창업신화'에서 '몰락'의 길로 들어선 러에코(樂視)가 24일 증권시장으로 복귀했다. 무려 9개월만의 귀환이었지만 첫 거래일부터 하한가를 기록하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며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을 호령하고 스마트폰·스마트TV·스마트자동차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주목받는 스타트업이었던 러에코는 최근 무분별한 사업확장에 따른 부채 증가로 '신화의 몰락'을 연출하며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 시장에 거래 재개설이 흘러나온 가운데 러에코 측은 곧 러스왕(樂視網, 300104) 거래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지난 2010년 선전증권거래소 창업판에 당시 사명이었던 '러스왕'을 종목명으로 상장한 이후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사명을 러에코로 바꿨다. 현재 기업명 '러스왕'은 러에코의 모체이자 동영상 스트리밍 사업을 전담하는 핵심 자회사를 의미한다. 

19일에 러스왕은 역시 러에코의 자회사인 러스픽처스(樂視影業) 인수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해 4월 주식 거래를 중단하면서 자산조정을 이유로 내세웠던 만큼 이는 거래 재개가 임박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거래 중단을 지속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23일 '구조조정 중단과 러스왕 경영상황 설명회'가 열렸고 이날 저녁(현지시간) 러스왕은 공시를 통해 "24일부터 주식거래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러스왕의 러스픽처스 인수 중단은 경영 악화가 이유라고 신경보(新京報)는 분석했다. 자산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통합을 추진했지만 추진 속도가 느린데다 자웨팅(賈躍亭) 창업자에 대한 자산 동결 명령이 떨어지면서 재정 상황이 악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자 창업자의 자산 동결을 명령했다. 베이징 중급인민법원은 은행예금 130만 위안(약 2억1700만원), 러스왕 주식 10억주, 베이징 내 주택 등 자산을 동결했다. 자 창업자는 소환 명령을 받았지만 관련 자산에 대한 권리를 아내와 형에게 위임했다며 가족과 논의하라는 공개서한으로 답변했고, 아내인 간웨이(甘薇)만 귀국했다.

자 창업자 부채 규모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자웨팅 측과 쑨훙빈(孫宏斌) 중심의 러스왕 측이 공개한 수치간 차이가 큰 때문이다. 지난 19일 러스왕은 자웨팅와 관련한 기업 등의 대출잔액이 75억3100만 위안이라고 밝혔지만 21일 오전 러에코 부채처리소조는 위챗 공공계정을 통해 "러에코와 관련 주체의 상장사에 대한 대출잔액은 60억 위안 정도"라고 반박한 상태다. 

쑨훙빈 룽촹중국(融創中國, 수낙차이나) 회장은 자금위기에 봉착한 러에코에 긴급자금을 수혈한 '백기사'로 현재 자 창업자가 물러난 빈자리를 차지하며 러스왕 경영권을 장악한 상태다. 앞서 중국 언론은 러에코의 '자씨의 시대'가 가고 '쑨씨의 시대'가 왔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쑨 회장은 23일 열린 설명회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러스왕 측은 투자자들에게 "룽촹중국은 러스왕에 추가 투자해 지분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러스왕의 최대 주주는 지분 25.67%를 보유한 자 창업자이며 룽촹중국 지분율은 8.56%이지만 실질적 경영권은 쑨 회장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래픽= 아주경제 임이슬 기자]


◇ 줄어드는 돈, 느는 건 눈물 뿐....향후 주가는

문어발식 사업확장, 특히 스마트자동차 사업의 무리한 추진으로 빚더미에 앉은 러에코는 여전히 이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이에 미래도 잿빛이다.

러스왕의 거래가 재개됐지만 시작과 함께 9.98%가 빠지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내부 자산조정을 이유로 9개월간 거래가 중단됐음에도 일단 특별한 성과없이 거래가 재개된 셈인데다 실적도 가파른 내리막길을 탔다. 

지난해 4월 거래를 중단한 후 러스왕 주식을 보유한 펀드사 등은 수 차례 러스왕 주식 가치를 하향조정했다. 최근까지 제시된 최저치는 3.91위안 정도다.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해 4월 14일 종가인 15.33위안과 비교하면 무려 75% 하락한 수준으로 이는 13거래일 연속 10% 가량 급락하며 하한가를 칠 경우 가능한 액수다. 2016년 10월 40위안을 웃돌던 주가와 비교하면 러에코의 현실은 참담하다. 

실적 전망도 부정적이다. 러스왕은 19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적자를 예상했다. 지난해 1~3분기 러스왕의 매출은 61억52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63% 급감했고 무려 22억8200만 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미 지난 2016년 매출 219억8700만 위안, 2억2200만 위안 적자를 보인 상태로 마이너스 성장 지속이 기정사실이 될 경우 특별관리종목(ST)로 선정된다. 올해 고군분투해 실적 흐름을 뒤집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   

중국 경제학자인 쑹칭후이(宋淸輝)는 "자본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으로, 기업이든 개인이든 신용을 잃으면 발디딜 곳이 사라진다"면서 "러에코의 신용은 이미 큰 타격을 입었고 이제 시장에서 1위안을 조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