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현주소] ③ '가상화폐'는 잡고 '블록체인'은 진흥?...정부 정책 규제인가 육성인가
2018-01-22 00:10
"블록체인을 블록(막을)할 생각은 분명히 없다. 육성하겠다는 것이다."(이낙연 국무총리)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암호화폐)는 같은 것이 아니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가상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견해다. 투기 광풍에 휩싸인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구분해 봐야 한다는 것. 과도한 가상화폐 열풍은 잠재우고 기반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은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4차 산업혁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 일환으로 올 상반기 내 가칭 '블록체인 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 구현을 지원하는 기반기술로 자리잡도록 돕기 위해 기술 연구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실시간 대용량 데이터 유통 블록체인 기술 △임베디드 환경을 위한 블록체인 기술 △블록체인 트랜잭션 모니터링 및 분석 기술 △부정 거래 방지를 위한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공유 서비스 △블록체인 스마트계약 검증 기술 △블록체인 핵심 알고리즘 자유 공모 △O2O 서비스를 위한 블록체인 ID 관리 기술개발 △스마트계약 프라이버시 보호 및 취약점 분석 기술개발 등을 검토 중에 있다. 이 외에도 블록체인 콘퍼런스, 인력양성, 실태조사 등을 통해 블록체인이 육성을 위한 체계적 지원 체계를 갖춘다는 게 유 장관의 구상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를 비롯한 정부의 블록체인 육성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이다. 블록체인이 가상화폐를 만들기 위해서 고안된 방법이자 기술이라는 점에서 완벽하게 분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상호 밀접히 연계된 기술인 만큼 가상화폐를 규제할 경우 블록체인의 성장 가능성도 불투명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상화폐는 거래 인증 참여자가 채굴(마이닝) 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채굴이란 컴퓨터를 이용해 복잡한 수학 연산 문제를 푸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암호화폐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참여자는 채굴을 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와 학계의 중론이다. 즉, 블록체인과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별개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정부부처 간 거듭되는 입장차이로 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거래소 폐지가 목표며 부처 간 이견은 없다"는 강경 발언을 펼친 지 하루 만에 청와대와 금융위는 "폐쇄 관련 규제는 논의 중"이라고 전혀 다른 발언을 한 바 있다. 대중을 의식한 정부의 '땜질식' 대응에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이는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들 국가는 2016년부터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견지, 가상화폐 규제·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과 독일은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근거를 마련했으며, 일본은 가상화폐 등록제를 시행 중이다. 중국은 가상화폐 거래와 ICO(가상화폐 공개)를 중단시키면서 강력한 규제에 나선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투기 양상을 띠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무조건적인 '선긋기'에 나서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이분법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정부와 금융당국,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균형적인 법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가상화폐 규제에 따른 부정적 시각은 공개형 블록체인 개발을 불가능하게 하고, 이는 회사 인트라넷 게시판, 전자결재시트템만 개발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신기술의 제도화와 민간 거버넌스의 모범사례를 만들고,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는 "블록체인은 신뢰의 기술 제공을 통해 공유 플랫폼 경제를 새롭게 진화시킬 것"이라며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이 기회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