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실종된 공직사회…잦은 정부조직 개편이 원인

2018-01-18 15:42
부동산‧가상화폐 등 전문성 요구되는 정책들 외면
단기대책으로 신뢰도 하락…‘전문부처주의’ 구성 검토해야

최근 강남 부동산 집값 폭등과 가상화폐 등 사회‧경제적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정부 조직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잦은 정부조직 개편은 공직사회의 부처 간 힘겨루기로 비춰질 뿐 실제 정책 완성도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데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정부조직을 ‘대부처주의’가 아닌 ‘전문부처주의’로 책임행정을 구현할 수 있는 조직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부처주의 시행을 위해서는 정부기능 세분화를 통해 분업과 전문화를 유도하고, 행정서비스 전달체계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정부조직 개편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18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서 대부처주의(대국·대과)가 가져온 폐해는 이질적 기능과 인력 통합으로 인한 조직문화 괴리 등으로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영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전문부처주의 시행을 위해서는 정부기능 세분화를 통해 분업과 전문화를 유도하고, 행정서비스 전달체계를 검토해야 한다”며 “부처 간 효율적인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향후 정부가 집중해야 할 분야 및 기능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대부처주의로 인한 문화적 이질성과 효율성 저하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과도한 기능분화로 부처 이기주의와 업무연계가 약화될 가능성은 없는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정부출범 후 총 61회에 걸쳐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문민정부 이후 중규모 이상 정부조직 개편을 빈도로 살펴보면 문민정부 3회, 국민의 정부 3회, 참여정부 1회, 이명박 정부 2회, 박근혜 정부 2회, 문재인 정부 1회 등 모두 12회로 나타났다.

이처럼 잦은 정부조직 개편은 행정비용이 증가하고, 공무원 혼란이 가중된다는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부처명이 계속 바뀌어 혼란을 주거나, 지식경제부‧미래창조과학부 등 신설 부처명으로는 어떤 정부기능을 수행하는지 알기 어려운 사례도 발생했다.

박 입법조사관은 “역대 정부조직 개편은 대부분 정부부처 기능과 업무 현황 분석이 부족했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소수 인수위원에 의해 정부조직이 주도되는 경향을 보여 조직개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요 선진국은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대규모 정부조직 개편의 사례는 없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 안보 관련 컨트롤타워 기능을 재조합, 2002년 11월에 국토안보부를 신설한 사례가 유일하다.

일본 역시 최근에 대규모로 조직개편이 단행된 것은 2001년이 끝이다. 영국은 총리에게 정부조직 개편권한을 위임, 신축적인 정부조직 변화를 지속해 왔다.

영국의 조직개편에서 주목할 점은 복수의 정부기능을 하나의 조직에서 수행하는 ‘대부처주의’가 아닌, 철저히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전문 부처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박 입법조사관은 “향후 정부조직 개편은 개헌문제와 맞물려 새로운 정부조직형태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효율적인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우리나라와 주요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고, 어떤 사항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것인지 충분히 검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