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美 이란 제재면제 연장, 한국기업 일단 한숨”
2018-01-14 15:54
지난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이하 JCPOA)를 인증하면서 한국기업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인증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JCPOA의 대대적인 수정을 조건으로 내걸어 아직 이란 정세의 불확실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코트라(KOTRA·사장 김재홍)는 14일 발표한 ‘이란 핵합의 현황점검과 우리기업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미 행정부의 핵합의 조건부 인증 이후 우리 기업에 미치는 단기적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침착하게 비즈니스에 전념할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JCPOA 인증은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발간한 저서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에서 이란 핵협상을 역사상 최악의 합의라고 비난하는 등 적극적인 파기 의사를 피력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제재 유예조치 연장을 결정하면서 JCPOA는 당분간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JCPOA는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을 포함한 6개국이 체결한 다자간 합의로,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신 서방의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JCPOA 파기 위협에 대해 줄곧 반대의견을 천명해왔으며 이란 역시 자국이 먼저 JCPOA를 위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제재 유예의 조건으로 JCPOA의 대폭적인 수정을 내건 이상, 앞으로 주요 당사국간 힘겨루기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120일 안에 당사자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미국이 핵협상 주체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에 이란 현지에서도 혼란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만약 120일 후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제재를 복원시킬 경우 우리 기업의 이란 비즈니스에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이란 제재가 본격화된 2012년부터 JCPOA가 타결된 2015년까지 양국 교역량은 매년 약 30%씩 줄어들어, 2015년에는 최근 10년 내 최저점인 61억 달러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 기업의 이란시장 진출도 가로막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기업의 이란 내 신규 법인설립 숫자는 ‘0’을 기록하는 등 한때 우리 기업 입장에서 ‘기회의 땅’이었던 이란이 비즈니스 불모지가 되기도 했다.
제재가 복원되면 그동안 급물살을 타온 각종 프로젝트 역시 타격이 입을까 우려된다. 이란의 원유수출 재개에 따라 추진된 각종 정유시설 및 플랜트 공사와 사우스파르스(South-Pars) 등 가스전 개발 사업이 장기간 정체에 빠질 수 있다. 그동안 이란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공을 들여 온 우리 기업 입장은 다소 난감한 입장이다.
다만 미국의 JCPOA 파기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재조치가 취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므로 섣부른 대응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간 이견이 확고해서 초당적 합의안이 나오기까지는 긴 진통이 예상된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이란산 원유 수입대금을 기반으로 한 원화‧유로화 대체결제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어 당장 이란 기업과의 거래가 막힐 가능성이 크지 않다.
윤원석 코트라 정보통상협력본부장은 “비록 이란 제재가 재개된다 해도 당장 거래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 기업들은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서 “JCPOA는 미국과 이란의 양자 합의가 아닌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포함된 다자 합의이므로, 미국이 단독으로 제재를 가한다 해도 과거보다 파급력이 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원화결제 등 교역시스템이 유지되고 비즈니스 기회도 계속 있으므로, 기존 거래선 관리에 힘쓰며 틈새시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