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산업-하]“일감 따내기 생존경쟁”···造船 운명 1분기에 달렸다
2018-01-10 18:32
대부분 업체 조업 상반기면 끝나···최대한 많은 수주 확보 영업 정상화해야
전세계 공급 과잉 실력있는 곳만 살아남아···정부·금융권 지원 절실
전세계 공급 과잉 실력있는 곳만 살아남아···정부·금융권 지원 절실
"국내 조선사들의 운명이 올해 1분기에 달려 있다."
대형 조선사의 선박 영업 담당 임원의 경고다.
대부분의 국내 조선소들은 기수주한 물량의 조업이 올 상반기면 거의 마무리된다. 지난해 연간 수주 목표를 달성했지만 하반기에 따낸 것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설계 및 사전 작업 기간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에나 조업이 가능하다. 여름철을 전후해 조선소 내 일부 도크를 비울 수밖에 없다는 애기다.
또다른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원자재와 기자재 구입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여기에 수주와 건조 시기의 차이로 현금흐름에 공백까지 발생한다면 그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또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중견 조선사들의 생존 여부도 되도록 빨리 결정해 수주 영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작년 선박 발주량, 10년전의 4분의 1 수준...업체간 '치킨게임' 우려
지난해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은 반등에 성공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2017년 연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에 따르면, 지난해 발주량은 232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4년 연속 감소세에서 반등세로 돌아섰다.
또 클락슨 리서치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조선 전망 클럽’ 보고서에서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2018년 2780만CGT, 2019년 3220만CGT, 2020년 3470만CGT, 2021년 3840만CGT, 2022년 4270만CGT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발주량은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7년(9167만CGT)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2022년이 되어서도 2000년대 초반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조선소는 여전히 공급 과잉 상황"이라며 "실력 있는 업체만 살아남는 ‘치킨게임'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양 플랜트 수주 회복? "글쎄요"
국제 유가의 상승기조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해양 플랜트 수주가 다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20년부터 국제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의 배출가스 기준을 대폭 강화한 새로운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운항할 선박을 확보하기 위해 선주들이 올해 발주를 늘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도 공공 선박 발주 확대 등을 통해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가뭄 해결에 기여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이러한 기대감이 실제 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기존에 건조한 해양플랜트와 선박들의 공급 과잉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 회복으로 해운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선사들은 중고선박 해체를 줄이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현재 전세계 선박 해체량은 743척·3270만DWT(재화중량톤수)로 12월을 포함하더라도 전년(948척·4450CGT)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발주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중국이 조선산업 구조조정 속도를 늦추고 있고, 경기 회복을 기반으로 조선소 투자 확대를 단행했던 일본은 정부의 비호 아래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등 신흥 경쟁국 업체들도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을 받으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이 난관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우리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