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산업-중]성동·STX, ‘허리’ 무너지면···‘造船 초토화’ 막장 드라마

2018-01-04 18:33
빅3와 초호황기 누리던 중견社 24곳중 5곳만 남아 그마저도 ‘벼랑’
성동·STX 2차 실사, 조선업 혁신 정책의 회생과 폐업사이 기준점 될 듯

[그래픽=임이슬 기자 90606a@]


고성조선해양을 인수해 삼강에스엔씨를 출범시킨 송무석 삼강엠엔티 회장은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유일의 초대형 선박 수리·개조 전문 조선소로 키워 저유가, 세계경제 침체 등에 따른 수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산업의 부활을 이끌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삼강에스엔씨 출범은 사양 산업처럼 치부당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 오래간만에 나온 신규 투자 소식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조선산업의 부활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들이 활발히 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지만 실제 상황은 너무나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중견 조선사, 불과 7년만에 24곳에서 5곳으로 줄어
한국 조선산업의 허리를 담당했던 중견 조선사들은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주로 기자재 생산, 선박 수리업을 하던 이들 업체들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와 함께 한국 조선산업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조선산업이 초호황기에 들어서자 대거 완제품 조선소로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일감이 떨어지면서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2010년 2월 말 기준 조선사별 수주잔량 순위에 한국 조선소는 '빅3'와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성동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대한조선, 대선조선, 신아에스비, C&중공업, 삼호조선, 21세기조선, 오리엔트조선, 진세조선, 세광중공업, 녹봉조선, 세광조선 등 24곳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불과 4년 후인 2014년 2월 말 기준 리포트에서는 C&중공업, 삼호조선, 신아에스비, 21세기조선, 오리엔트조선, 진세조선, 세광중공업, 녹봉조선, 세광조선 등 10개 조선소가 사라졌다.

작년 12월 말 기준 리포트에 남은 한국 기업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대한조선, 대선조선,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 9개에 불과하다.

◆성동·STX 2차 실사 돌입···중견 조선사 정책 분수령 될 듯
살아 있는 기업들도 벼랑 끝에 놓여 있는 상태다.

지난 3일부터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생존을 결정할 정부의 2차 실사가 시작됐다. 외부 컨설팅 기관으로 선정된 삼정KPMG는 이날부터 경남 통영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와 진해 STX조선해양 조선소에 실사팀을 파견, 실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정KPMG는 설 연휴 전인 2월 15일 전까지 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는 실사 보고서가 정부가 올해 1분기 안으로 발표할 예정인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의 향방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차 실사 결과에 이어 이번 실사에서도 두 회사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올 경우 폐업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만약 두 회사가 폐업할 경우 한국 조선산업의 허리는 사실상 끊기게 된다"며 "정부가 양사의 중요성을 인식해 생존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사 결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한진중공업도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 운용 비용 부담에 힘들어 하고 있다. 1945년 설립된 대선조선 역시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 조선산업의 운명 판가름날 듯
전문가들은 올해가 한국 조선산업이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를 결정지을 중요한 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조선산업 정책은 정부와 정치권 모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산업논리와 금융논리, 지역경제 논리, 고용논리 등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주관 부처로 교통정리했고 산자부는 산업적인 시각에서 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조선업계는 앞으로 자신들의 목소리가 상당부분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견 조선업체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들이 과거와 달리 우리에게 문의를 하고 귀를 기울여주고 있다"며 "중견 조선사들이 다시 회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