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 역시 꼬둑꼬둑한 이맛...'과메기 알쓸신잡' 8가지는 알고먹자

2018-01-04 16:22

···찬바람이 부는 11월에서 1월이면 경북 포항 구룡포에는 도심에서 내려온 관광객과 도심으로 올라가는 택배 상자가 분주히 움직인다. 구룡포가 바쁜 이유는 비릿하지만 몇 번 씹으면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과메기가 제철이기 때문이다.

과메기 맛을 본 사람이 여기저기 입소문을 내면서 겨울철이면 누구나 찾는 겨울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모르고 먹어도 맛있지만, 알고 먹으면 더 맛있을 과메기에 관한 숨은 이야기를 모아봤다.
 

사진 속 메기는 과메기와 인연이 없다.[사진=픽사베이]


1. 과메기는 메기와 아무 상관 없다!
과메기의 어원은 관목어(貫目漁)다. 청어(漁)의 눈(目)을 나무로 꿰서(貫) 처마 밑에 매달아 두면서 불리게 된 이름. '목'은 포항 사투리로 '메기'로 발음해 '관메기'로 불리게 됐고 이후 받침 'ㄴ'이 사라지고 '과메기'로 불러졌다. 이처럼 민물고기 메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청어나 꽁치를 찬 바닷바람에 말려서 만든다. 통상적으로 청어는 6~7일. 꽁치는 3~4일 정도 말린다.
 

[사진=iclickart]


2. 과메기는 어쩌다 먹었나?
꼬독꼬독하게 잘 말린 과메기를 한입 씹으며 맛을 음미 해보면, 우리 조상은 어쩌다가 이런 음식을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과메기를 먹게 된 유례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설이 있다.

먼저 동해 뱃사람들이 그물 털이를 하다가 작은 청어를 배 지붕 위에 던져놓은 채 잊고 지냈다. 청어는 바닷바람과 햇살을 받으며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자연 숙성됐고 이를 우연히 먹은 뱃사람이 그 맛에 놀라 이후부터 만들어 먹었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918년 발행된 소담집 소천소지(笑天笑地)에 기록된 내용이다. 동해 인근에 살던 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더 중 배가 고파 나뭇가지에 걸린 눈 꿰인 청어를 맛봤는데, 세상 없던 별미라 그 맛을 잊지 못한 선비는 고향에 내려와서 본격적으로 과메기를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다.
 

1960년대 이후부터 꽁치로 만든 과메기가 등장했다.[사진=iclickart]


3. 청어, 꽁치 뭐가 더 맛있지?
정답은 '둘 다 맛있다'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청어가 원조다. 과거 청어는 포항지역의 일반 백성도 쉽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생선이었다. 하지만, 1960년 이후 온난화 현상이 동해에도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바뀌었다. 청어의 어획량은 감소했고 반대로 꽁치의 어획량이 증가했다. 흔한 생선이 된 꽁치가 과메기 주재료가 됐다.

1980년대 들어서 과메기 수요가 증가하고 꽁치 어획량도 감소하자 북태평양산 꽁치를 수입해 과메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떤 생선이 더 맛있는 지는 개인차가 있어 섣불리 이야기할 순 없지만, 꽁치보다 몸집이 좀 더 큰 청어는 물컹한 느낌과 함께 기름이 적다. 반면 꽁치는 기름기가 많고 비린 맛이 진하다.

지난해 12월 16일 저녁 부산의 한 구멍가게 앞 테이블에서 막걸리에 얼큰하게 취한 취객 두 명이 언성이 높였다. 다툼의 원인은 과메기 원조가 꽁치냐 청어냐는 시비에서부터다. 다툼은 격해져 취객 중 한명이 막걸릿잔으로 상대방 머리를 내리치는 것으로 끝났다. 결국, 한명은 병원을 다른 한명은 경찰서를 찾아야 했다. 이런 웃지 못할 사건이 생길 정도로 청어와 꽁치는 민감한 사이이고 무엇이 맛있는지 섣불리 말 못 하는 이유다.

4. 청어 과메기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꽁치 과메기가 흔해지고 청어 과메기가 원조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과메기 매니아들은 구하기 힘든 청어 과메기를 찾기 시작했다. 청어 과메기 못 먹어 봤으면 말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래서인지 최근 수산마트나 음식점에 청어 과메기가 자주 눈에 띈다.

청어 과메기가 식탁에 다시 올라온 이유는 무엇보다 동해안의 청어 어획량이 몰라보게 증가한 것이 크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청어 어획량은 2만831t이다. 이는 2016년 같은 기간보다 31.4% 급증한 어획량이다. 반면 과메기로 쓰던 북태평양산 꽁치는 어획량이 줄었다.

변화된 어획량은 가격에도 영향을 줬다. 청어 가격이 싸졌고 꽁치 가격은 비싸졌다. 과거 과메기는 선비를 살찌우는 생선이라는 비유의(肥儒魚)로 불리기도 했다. 가난한 선비도 쉽게 사 먹을 정도로 흔한 생선이라는 얘기다. 청어가 꽁치를 제치고 다시 흔한 생선이 되면 청어 과메기를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시습은 허리춤에 과메기를 차고 다닐 정도로 즐겼다.[사진=한국 문화 유산 관리]


5. 과메기를 사랑했던 조선시대 문인학자 김시습
조선 초기 문인이자 학자였던 매월당(梅月堂) 김시습은 알아주던 수제 였지만,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수양대군의 왕위찬탈 소식에 분노해 공부하던 책을 모두 불태우고 스스로 머리를 깎고 전국 각지를 방랑했다.

방랑중이던 매월당은 한때 포항 대보면의 월명사에 머물렀다. 그곳에는 그의 입을 즐겁게 해줄 청어 과메기가 있었다. 이제 매월당의 방랑길에는 과메기가 함께 했다. 허리춤에 된장떡과 과메기를 차고 다니다 배가 고프면 된장을 발라 구워 먹었다고 하니 그의 과메기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된다.

매월당의 과메기 사랑은 세조도 막지 못했다. 어숙권의 '패관잡기'에는 세조가 원각사에 재실을 짓고 승려 김시습을 불렀을 때, 누더기를 입은 그의 품에서 과메기 한 마리가 툭 떨어지는 바람에 세조가 기겁했다는 기록이 있다.
 

포항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 있는 상생의 손[사진=iclickart]


6. 포항하면 과메기! 과메기 하면 포항!
지난해 11월 중순 포항에 지진이 발생했다. 온 국민은 두려움에 떨며 포항의 지진 소식을 듣어야 했다. 전국에서 포항으로 구호물자를 보냈다. 지진 피해 이후 관광객의 발걸음이 뚝 끊기면서 포항 전통시장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지역경제가 휘청거릴 정도.

하지만, 과메기철이 다가오자 포항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지난해 12월 17일 경북지역신문인 경북매일에 '과메기 덕에… 지진에 움츠렸던 포항 웃는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과메기 효과'로 포항 전통시장이 서서히 회복된다는 내용이다.

과메기가 포항의 특산물로 자리 잡은 이유로 김봉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책임연구원은 "2005년 이후부터 과메기 인지도가 높아졌는데 이는 포항시의 적극적인 홍보활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룡포에는 과메기뿐만 아니라 대게와 오징어도 많이 생산되지만, 대게와 오징어는 영덕과 울릉도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과메기만이 구룡포의 특산품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포항시는 2007년 '과메기 산업특구'를 지정하고 구룡포 과메기에 대한 신뢰도 높이기 작업에 들어갔다. 포항 지역에는 홍보조형물을 설치하고 TV방송, 신문 등의 매체에 광고했다. 홈쇼핑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과메기를 먹는 소비자의 만족도도 높이기 위해 과메기 포장재 개선을 추진해 진공포장이나, 생산자실명제 등으로 위생도를 높였다. 과메기가 생소할 수 있는 미국 한인 사회에 시식행사를 열기도 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모습도 보였다.
 

[사진=iclickart]


7. 과메기 먹는 법
한입 크기로 자른 과메기를 초고추장에 찍은 뒤, 고추, 마늘, 쪽파 등과 함께 생미역과 김에 싸 먹는게 정석이다. 취향에 따라 배추, 깻잎, 상추도 싸 먹기도 한다. 고기 먹듯 기름소금에 찍어 쌈과 함께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애주가라면 소주와 함께 먹는게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지만,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킨다.

8. 과메기 효능
꽁치와 청어에는 오메가3지방산과 DHA 등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또한, 건조와 숙성과정을 거치며 피부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는 핵산이 생산된다. 과메기에는 숙취 해소에 좋은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해 술 안주로 즐겨 찾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