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석유선의 워라밸 워치] 신세계의 주 35시간 근무제, 첫 실험은 성공할까요
2018-01-04 05:04
1일부터 시행 삼일째…직원들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 1년뒤 성과 점검해야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이끄는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꼽은 2018년 가장 주목할 트렌드 키워드는 ‘워라밸’ 입니다. 워라밸은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Life-Balance)의 준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죠. 소비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유통업계는 무술년을 워라밸 원년의 해로 삼겠다고 공언했는데요. 새해 연재 기획물로 ‘워라밸 워칭(Watching)’을 시작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부디 그들의 말이 공언(空言)이 아니길 바라며, 보다 많은 기업들이 진정한 ‘워라밸 일터’로 거듭나도록 꼼꼼히 지켜볼 예정입니다.<기자의 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깜짝 발언’으로 기자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인물입니다. 지난해 5월 ‘이마트의 중국 완전 철수’ 발언도 즉석에서 나왔고, 그해 8월 정 부회장은 연말에 또 한번 ‘깜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온갖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초 신세계는 ‘대기업 최초 주 35시간 근무제 시행’을 선언했습니다. 2018년 첫날부터 하루 7시간 근무, 즉 출근 9시-퇴근 5시(9 to 5)를 시행키로 했습니다. 특히 근로시간이 줄었지만 ‘임금하락은 없다’는 설명에 유통업계 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신세계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위해 2년전부터 준비, 시뮬레이션을 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미 각 계열사별로 제도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업무지침도 마련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일단 점포 폐점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단축했고, 오후 5시 정시퇴근을 위해 오후 5시 30분 ‘PC 셧다운제’를 시행합니다. 또 야근이 잦은 부서를 공개, 해당 임원·부서장에게는 페널티도 부여한다고 합니다. 회의체계도 혁신했는데요. 회의 1일전 사전 공지, 1시간 내 종료, 1일 내 회의결과를 공유하는 ‘111’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직원들은 대체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에 근무중인 워킹맘 김유진(43·가명)씨는 “이제 시행 이틀째지만 1시간 일찍 퇴근하면서 삶의 질이 달라졌다”면서 “방과후 아이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반겼습니다. 신세계디에프(면세점)의 오영준(35·가명)씨도 “5시 퇴근후 중국어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면서 “한시간 빨리 퇴근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업무강도가 한층 세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이마트의 이모(38) 과장은 “오전 오후 집중 근무시간을 운영해 이 시간에는 아예 자리를 뜨지 못한다”면서 “담배 한대 피기도 눈치가 보이고 업무강도가 한층 세진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