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정부 '남북 고위급회담 제의' 엇갈린 반응

2018-01-02 18:25
與 "남북 해빙무드 환영"…野 "北 책략에 놀아나는 꼴"
민주당 "야등의 초당적 협력필요"…한국당 "김정은 남남갈등 노림수"

여야는 2일 정부의 고위급 남북당국회담 개최 제의와 관련해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남북관계에 해빙 무드가 조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남남갈등을 초래하고 한·미갈등을 노리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전날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참가시킬 용의가 있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놓고 정치권에서 이견을 보인 것에 대한 연장선상이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의향을 밝힌 북한 신년사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라고 평가한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남북고위급회담 제안을 적극 환영하고 북한의 즉각적이고 전향적인 반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 대변인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긴장완화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야당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해 첫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환영하면서 남북대화 준비의 필요성에 무게를 뒀다.

우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은 긴밀한 협력 아래 모처럼 날아온 북한의 메시지가 평창올림픽 성공과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도록 남북 간의 조속한 대화 성사 등 철저한 준비와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도발에 강한 대북 제재를 강조한 보수야당의 공세에 맞서 ‘압박과 대화’ 기조를 일관되게 고수해왔다.

실제 평화올림픽 의지를 내비친 문재인 정부와 보조를 맞춰 일부 여권 인사들이 지난달 중국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진표 의원과 박정 의원은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과 함께 지난해 말 중국 쿤밍(昆明)에서 개최된 제3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에 참가한 북한선수단의 문웅 단장을 만났다.

박 의원은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비공식 오찬에서 평창선수단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는데 북측이 확답은 안 했다”면서 “그래서 대신 탁구 교류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은 “그 어떤 남북회담도 북핵 폐기가 전제돼야 한다”며 정부의 남북고위급 회담 제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어설픈 남북회담은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부화뇌동하며 말려드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면서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대화와 협상은 북핵 완성의 시간 끌기에 협조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도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김정은의 신년사에 반색하면서 대북 대화의 길을 열었다는 식으로 환영하는 것은 북한의 책략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 대표는 “김정은 신년사는 남남갈등을 초래하고 한·미갈등을 노린 것”이라면서 “DJ(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10년이 북핵 개발의 자금과 시간을 벌어줬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화구걸 정책은 북핵 완성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