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자택에서 실수로 화재를 낸 뒤 삼남매를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 A씨(23)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일 광주 북부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 26분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 자택에서 담뱃불을 이불로 비벼 끄다가 불을 내 방에서 잠자고 있던 4세·2세 아들과 15개월 된 딸 등 삼남매를 숨지게 한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지난 1일 A씨가 '나 때문에 불이 난 것 같다'고 자백한 것을 토대로 그를 중실화와 중과실 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형법상 중과실 치사죄는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중실화는 3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비록 실수로 불이 나게 했다고 진술했지만, 세 자녀를 숨지게 한 결과가 가볍지 않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현재 A씨는 경찰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그는 구조 직후에는 ‘만취해서 라면을 끓여먹으려고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놓고 잠들었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조사에서 거짓이 탄로나자 ‘거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15개월 딸이 칭얼대 이불에 담뱃불을 껐는데 불이 꺼졌는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화재 사실 인지 직후에 신고한 정황과 관련해서도 A씨의 진술은 수시로 바뀌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만큼 그의 방화 혐의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수사하기로 했다.

우선 경찰은 A씨 구속 여부와 별도로 화재현장에서 거둬들인 이불, 전기부품 등을 정밀 분석해 화재원인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또 A씨가 고의적으로 불을 지르고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한 만큼 동의를 얻어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화재 인지 후에도 자식들을 방치한 뒤 홀로 대피한 A씨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두고 일각에서는 아동학대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숨진 삼남매 부검 결과 특이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삼남매를 부검한 결과 “화재로 사망한 시신에서 발견되는 흔적인 기도 내 연기 흡입 흔적 등이 확인됐다”며 “외부의 물리적인 힘으로 사망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화재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삼남매의 시신에서 거둬들인 가검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약물이나 독극물 등에 대한 정밀 검사를 벌여 최종 부검 결과를 도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