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사임···현대로보틱스로 이동 “지난 4년 생존 위해 뛰었다”

2017-12-29 14:33

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로 이동하는 권오갑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사진=현대중공업 제공]


그룹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이동하는 권오갑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4년의 부임기간은 생존을 위해 뛰었다”고 강조했다.

현대로보틱스는 내년 주주총회에서 ‘현대중공업지주회사’(가칭)로 사명을 바꿀 예정이다.

29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이날 회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퇴임 인사를 통해 “2014년 9월 부임한 뒤, 어느덧 햇수로 4년을 여러분과 함께 했다. 저에게 그 4년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던 시간이었다. 저와 함께 노력해준 임직원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돌이켜 보면 지난 4년은 오직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매진했던 시간이었다. 무거운 책임감 속에서 편한 길 대신 어렵고 고통스런 선택을 했다. 안타깝지만 우리 선배들이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 낸 수많은 자산들을 매각해야 했다”면서 “우리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과 부동산을 매각했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도 과감하게 정리했고, 일렉트릭, 건설기계, 로보틱스로 사업 분할도 실시했다. 그린에너지, 터보기계, 글로벌서비스, 모스 등은 분사를 통해 분가시켰다. 현대중공업 이름 아래서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 4년 동안 추진했던 모든 일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제가 간직했던 목표와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바로 회사의 생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다”면서 “저의 재임기간 중 가슴 아픈 일을 겪으신 분들도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이 1978년의 오일쇼크를 극복해 내고 조선업계 세계 1위에 올랐던 1983년 당시 삼성전자나 LG, 현대자동차보다 매출, 영업이익 규모에서 훨씬 앞선 한국 제1의 회사였던 현대중공업을 떠올리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의 안일함으로 인해 뿌리내린 여러 가지 불합리한 결정, 잘못된 관행들이 오늘의 위기를 가져왔다. 모두가 우리의 책임이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저는 부임 이래 무엇보다도 인사의 공정성을 바로 세우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책임간부들의 권위주의를 없애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와 동시에 원가절감의식을 고취시키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더 큰 보상을 주는 성과에 따른 보상을 실시하되, 부족한 직원에게는 재교육을 실시하는 일련의 개혁적인 조치를 시행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부터 모범이 되고자 노력했다. 입사 이래 지난 40년 동안 그래왔지만, 지난 4년은 더 깨끗하게 한 점 부끄럼 없이 일해 왔다. 모든 급여를 반납했고, 특전도 내려놓았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고통을 함께 했다”면서, “그 결과 지난 4년간 어려움 속에서 쏟아 부었던 우리의 땀과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더 많은 땀과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당장 내년만 해도 조선부문은 최근 수년간의 수주부진에 따른 일감부족으로 유례없이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해양, 플랜트사업은 생산물량이 없어 현장이 멈출 수도 있다. 특히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던 엔진 사업마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어 하루빨리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독려했다.

또한 “시선을 회사 바깥으로 돌려보면 현실은 더욱 냉혹하다. 업황에 대한 금융권의 냉정한 시각도 걱정스럽고, 사회의 급격한 변화 역시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여기에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나 일본, 싱가포르와의 경쟁도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이런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동종업계의 경쟁사들은 채권단의 지원을 통해, 혹은 모기업의 지원을 통해 자금 확충에 나서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우리 회사는 이런 경쟁사들과 달리 누구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우리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경쟁사보다 앞서 선제적으로 위기에 정면으로 대응해 왔고, 사상 최악의 불황속에서도 내일을 바라보며 힘든 시기를 극복해 왔다. 분가해 나간 회사들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착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몇몇 회사들은 동종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면서 “이 모든 것이 어려울수록 더욱 발휘되는 우리 현대중공업 임직원 여러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 모두가 ‘창조적 예지, 적극의지, 강인한 추진력’이라는 우리 현대정신을 되새기고 하나로 힘을 모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권 부회장은 “저는 그속에서 희망을 본다. 내년 3월 판교 연구개발(R&D) 센터가 착공되어 2020년 완공하게 되면 현대중공업은 모든 역량을 기술과 품질에 집중하여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은 주력 사업부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체질이 개선되어, 보다 가벼운 몸으로 더 빠르게 전진해 나갈 것이다. 사업 분할과 분사를 통해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한 회사들 또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이른 시일 내에 업계 최정상의 회사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면서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하듯이, 내년 한 해의 어려움만 이겨내면 우리는 새롭게 도약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만 준비되어 있다면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라며 희망을 갖자고 전했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매일 일하고 월급을 받아 삶을 영위하게 하는 일터이자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렇기에 어느 한 사람, 혹은 노사 어느 한 쪽이 아닌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큰 우물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위기 앞에서는 결국 노사가 하나가 될 것임을 믿는다.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모든 임직원이 다시금 세계 최고의 중공업그룹의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런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저는 현대중공업지주회사(가칭, 현 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로서 새로운 미래사업 발굴과 그룹의 사업재편, 대외활동에 전념할 예정이다”면서 “그러나 저는 입사 이래 지난 40여년을 그렇게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영원히 ‘현중인(現重人)’으로 살 것이다. 그렇기에 기회가 닿을 때마다 울산을 찾아 여러분과 함께 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