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인권유린 前대통령 사면에 전국에서 이틀째 시위
2017-12-27 16:35
인권 유린과 횡령 혐의로 복역하다가 지난 24일 전격 사면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페루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이번 사면 결정에 대한 페루 시민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AFP통신과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후지모리는 26일(현지시간) 병상에서 링거를 맞으면서 사면을 결정한 현 쿠친스키 정권에 감사를 표하고 협력을 약속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용서해달라고 호소하는 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했다.
후지모리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재임 시절 횡령과 납치 및 학살과 같은 인권유린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25년 형을 받아 12년째 복역하다가 지난 24일 사면됐다.
그러나 현지 매체들은 후지모리의 사면은 인도적 이유라기보다는 쿠친스키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기 위해 후지모리 사면 카드를 이용했다고 지적한다.
여소야대 페루 의회는 쿠친스키 대통령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500만 달러(약 54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면서 탄핵을 추진했다. 가결이 예상됐으나 쿠친스키 측은 후지모리의 사면 카드를 내세워서 후지모리의 장녀가 이끄는 야당 민중권력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민중권력당에서 10표의 기권이 나오면서 쿠친스키의 탄핵은 가결 정속수에 9표가 모잘라 무산됐다.
여기에는 후지모리 집권 당시 학살 피해자 가족들도 포함됐다. 한 시민은 “우리는 이 불법적인 사면을 거부하기 위해 피해자 가족으로서 나왔다. 그의 죄의 엄중함을 생각할 때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탄식했다고 AF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