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론악화 속 세제개편 임박..핵심은 법인세 인하
2017-12-20 15:36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는 세제개편에는 31년래 최대 감세안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만큼 막대한 세금 인하 혜택이 생긴다는 의미다. 트럼프 정부는 감세를 미끼로 미국으로 기업과 투자를 빨아들여 미국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핵심은 '법인세 35%에서 21%로' 인하
CNN머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다양한 감세 조항이 들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 내용은 법인세 인하다. 이번 감세안에 따른 향후 10년 동안의 세금 인하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약 1630조원)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약 1조 달러가 법인세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법인 대체최소세(AMT)도 폐지됐다. 기업이 각종 감면 혜택을 받더라도 최소 20% 세율을 적용받도록 하는 대체최소세는 상원에서 유지하다는 입장이었으나 단일안 도출 과정에서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라지게 됐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놓은 유보금을 본국으로 들여올 경우에는 일회적으로 최고 15.5%의 특별 할인 세율을 적용한다. 현재 약 2조6000억 달러로 추산되는 해외 유보금의 환류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다.
사업을 운영하되 이에 따른 이익은 개인 소득세로 신고하는 이른바 패스스루(pass-through) 사업자에 대해서는 과세대상 소득 가운데 20%를 공제할 수 있도록 했고 나머지는 통상 소득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그 밖에도 주택담보대출 이자공제 한도는 현행 100만 달러에서 75만 달러로 줄었고 상속세 공제 기준은 기존의 560만 달러에서 1120만 달러로 늘리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 '세제개편 나쁘다' 여론 높아져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번 세제개편안이 실시되면 기업들의 조세 부담이 줄어들어 남는 돈이 고용과 투자로 이어지고 결국 그 혜택이 중산층에게까지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세제개편을 통한 경제 부흥을 바탕으로 내년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승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이 공화당과 트럼프 정부에 순풍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의회의 초당적 싱크탱크인 합동조세위원회는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인해 향후 10년 동안 1조4600억 달러의 재정적자가 순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세제개편이 워낙 복잡한 만큼 향후 예상치 못한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도 공화당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24%는 이번 세제개편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41%는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부정적으로 본 응답률은 두 달 전 35%에서 7%포인트나 높아졌다.
또한 미국인 중 약 63%는 기업과 부유층이 감세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 경제를 다루는 정당으로 민주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35%로 공화당(30%)을 앞질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경제가 더 좋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40%로 더 나빠졌다고 응답한 21%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지금까지 세제개편안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미국 증시는 19일(현지시간)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하원이 세제개편안을 통과시켰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지수도 최근 거래범위에서 움직이면서 현실로 성큼 다가온 세제개편안에 큰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며 피로감이 쌓였다면서 이날 증시 하락은 추세의 전환이라기보다는 랠리를 이어가기 위한 숨고르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CFRA의 샘 스코벌 수석 전략가는 CNBC에 "최근 시장 흐름은 우호적이다. 랠리가 끝날 때까지는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 힘들다"면서 최근 증시의 강한 모멘텀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