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났다 하면 대형 인재…하청업체에만 책임 묻는 크레인사고

2017-12-12 00:00
2012년부터 최근까지 6년간 크레인 사고 사망자 200명
최저가입찰제·무리한 공사 속도전…일용직 근로자들 사지로

[아주경제 DB]

최근 발생한 용인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로 원청업체인 대형 건설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안전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한 번 터졌다 하면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대형 인재(人災)다. 제도적 허점을 틈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에 현장 근로자들만 목숨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경기 용인시의 한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신축공사현장에서 건물 34층 높이(85m)의 타워크레인 중간지점(64m)이 붕괴돼 7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주말까지 일을 나와 근무하던 노동자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감식반은 정확한 사고 경위에 대해 아직 조사 중이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이날 발생한 사고로 올해에만 관련 사고로 16명이 죽고 37명이 다쳤다. 지난 5월에도 거제와 남양주에서 크레인 충돌 사고가 발생해 각각 6명, 3명이 사망했고, 지난 10월에는 의정부 크레인 전도 사고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최근까지 6년간 크레인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200명이나 된다.

건설현장의 근로자들은 타워크레인 사고가 예견된 인재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지난 10월 의정부 크레인 사고 후 '20년 이상 노후화된 타워크레인 사용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타워크레인 재해 예방종합대책’ 등을 내놨지만 이는 변죽만 울리는 대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김기혁씨(40)는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사고를 일으킨 업체가 하청이더라도 그 책임을 원청에 물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청이 요구한 작업 속도를 맞추기 위해 크레인 같은 중장비에 안정장치를 제거하고 작동시키는 경우를 여럿 봤다”며 “근로자들이 안전벨트 없이 고층에 올라가거나 규정을 위반하고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 대부분은 원청이 후려친 공사비를 맞추기 위함”이라고 했다.

사고의 근본 원인인 △타워크레인 최저입찰제 △최저가 낙찰로 인한 공사비와 안전관리 부족 △안전관리 책임 없는 원청업체 관리자 등 구조적 모순은 그대로 둔 채 나오는 임기응변식의 대책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크레인 안전검사가 고용부(건설부문)와 국토해양부(비건설부문) 등으로 분산된 것 등도 문제로 꼽힌다.

실제 대형 건설사들은 사고발생률이 높고, 수지타산이 안맞는 크레인 운영을 꺼리는 분위기를 보인다. 한 타워크레인 업체 관계자는 "크레인 운영의 95% 이상이 외주업체이고,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안전관리 교육을 제대로 실시할 형편이 안된다"며 "타워크레인 안전관리를 민간대행사에 맡기고, 크레인 운행 자격을 대거 완화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타워크레인 같은 기계·기구 관련 사고와 관련해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타워크레인을 포함한 기계·기구를 설치·해체·조립할 때 건설현장을 총괄하는 원청 사업주에게 사망, 위험 사고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부여하고 있다.

신 의원은 “원청이 크레인 사고 주범임에도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미약해 법이 재발방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자 사망사고를 유발한 유해·위험 작업에 대해서는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환노위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한국안전관리사 협회 관계자는 “기업의 규제 완화 정책 속에 안전관리를 끼워넣는 무책임한 경제논리로 더이상 건설 노동자들의 죽음을 방조해선 안 된다"며 "이는 안전·보건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