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책방 분홍코'
2017-12-09 12:00
“여기에 고양이가 있다옹” 커다란 고양이가 인사하는 골목
길고양이를 위한 천안 ‘고양이책방 분홍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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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천안의 한 골목에 커다란 고양이 입간판이 보인다. 누가 봐도 고양이와 관련된 곳이구나 싶은 이곳은 바로 ‘고양이책방 분홍코’다.
요즘 고양이를 테마로 한 장소가 하나둘 늘어나고 고양이 전문 서점도 등장하고 있지만, 고양이책방 분홍코는 단순히 고양이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캣맘, 반려인, 비반려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 공간이다.
이 작은 책방의 주인장은 길고양이의 삶을 오랫동안 함께해왔고, 더불어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하며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고양이책방 분홍코’는 어떤 계기로 운영하게 되었나요?
고양이를 만나고, 길고양이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살았어요. 밥을 챙겨 주기도 하고, 다치거나 유기된 고양이들은 치료와 중성화를 하여 입양을 보내기도 했는데 지금까지는 그냥 혼자 해왔던 일이죠.
그러다 작년 겨울부터 길고양이를 위해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캣맘과 캣대디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고양이 책방 분홍코를 오픈하게 됐습니다. 책방이 있는 곳은 천안에서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권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이 고양이 책까지 싫어하지는 않더라고요. 지나가면서 고양이에 대한 책이나 용품을 접하며, 위화감 없이 길고양이를 접할 창구가 되었으면 했어요.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으로 길고양이 관련 일을 진행하신다면서요?
착한 여행을 기획하고 안내하는 공정 여행 기획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길고양이가 가진 사회적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시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도전하여 올해 7기로 선정이 되었어요. 기관에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를 뽑았을 테고요.
제가 하는 일은 학교나 기관에 나가, 생명 존중 교육을 하는 거예요. 반려동물 시장은 커지고 있고, 반려동물은 많이 키우는 시대이지만, 정작 교육은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서요.
길고양이를 학대하고 유기하는 것 자체가,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마음이 아픈 학생들에게도 이런 교육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한편으로, 책방 분홍코에서는 캣맘들과 캣대디들을 대상으로 하는 TNR 실습, 펫로스 치유 모임, 고양이마켓과 사진전 등을 하고 있고, 올 12월에 2회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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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책방 분홍코가 단순한 서점은 아닌 것 같아요. 분홍코를 통해 어떤 일들을 해나가고 싶으신가요?
고양이 책방 분홍코 입구에는 큰 고양이 입간판이 있어요.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 고양이 입간판을 보고 가는데, ‘어! 고양이다!’라는 생각만으로도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지나가는 길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오거든요.
길고양이는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생명이라는 인식만 전달해도 저는 만족해요. 아직 보유하고 있는 책은 200권 정도예요. 판매된 책들도 있지만 200권이 다 판매되면 안 될 것 같아서 잠깐 멈췄어요.
책을 판매하는 것보다 지금은 지방이라는 특성상 사람을 모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움직이고 있어요. 책을 회원제로 대여 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그러려면 더 많은 책이 들어와야 해요.
내년에 책이 조금 더 많이 들어오게 되면 동네서점으로서의 기능을 갖게 될 것 같아요. 목표는 1000권 입고랍니다.
일본에는 고양이 책만 따로 모아 진열해 놓는 서점도 많은데, 분홍코도 더 많은 이야기를 선보이고 싶어요.
어려운 점도 많으실 것 같아요.
사실 길고양이들 삶을 곁에서 지켜보게 되면, 풀기 힘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천안시에서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고, 오프라인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캣맘, 캣대디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요.
하지만, 이제 겨우 오픈만 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분홍코에서 하는 여러 캠페인들을 함께 하고 싶다는 분들이 한 분씩 늘어나고 있어서 다행인 것 같아요.
책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다양한 모임이나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우선 책장 한 칸 임대를 하고 있어요. 핸드메이드 물건들을 만들어 파는 소상공인 대표들이 대상이고, 홍보를 도와드리고 있지요.
그리고 고양이 서적을 이용한 일본어 스터디, 내 고양이 그려보기, 내 고양이 이름 캘리로 써보기, 내 고양이와 이별하기 연습 등의 문화 콘텐츠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어요.
책방에서 진행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고양이를 반려하지 않고 있고, 길고양이에 대해 관심이 없는 분들이지만, 이분들이 참여하는 비용이 길고양이 밥으로 후원돼요.
고민이 있는 누군가의 속마음을 들어주는 것도 책방지기의 하고 있는 일이고요. 내년부터는 더 바빠졌으면 좋겠어요.
책방 골목에서 돌보고 계신 길고양이들은 몇 마리 정도 되나요?
일부러 책방에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두고 있지 않아요. 싫어하는 분들도 많고, 제 집에 어르신들이 쳐들어온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천안역을 비롯한 20군데 길고양이 급식소를 챙기고 있어요. 이사를 다니면서도 이전 집 근처 아이들을 꾸준히 챙기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각오했던 일이기에 힘들진 않지만, TNR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큽니다. 천안시에는 아직 TNR 예산이 없어서 캣맘들은 모두 자비로 TNR을 시키고 있어요.
제가 지키는 급식소의 아이들만이라도 TNR 수술을 해서, 캣맘의 보호 아래 살게 하고 싶어요. 만약 책방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시고 수익이 발생하게 되면 충남권 캣맘과 캣대디에게 TNR 후원을 하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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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키우고 계신 반려묘들도 있죠?
네, 6마리와 함께 살고 있어요. 사실 원래 로망은 랙돌이었어요. 그런데 생명 앞에서 로망은 그냥 이상일 뿐이더라고요.
내가 생각하던 조건 같은 것은 막상 생명을 앞에 두면 하찮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2마리만 키우려 했는데 이후 3마리를 구조하게 됐어요.
입양 보내려 했지만 책임비 2만 원이 아깝다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보내지 않고 키우게 됐지요. 책임비가 아까우면 병원은 어떻게 가실 거냐고 물어보니 대답을 하지 못하시더라고요.
그 이후 또 우연히 어미 없는 새끼를 발견하게 되어 지켜보다가 결국 막내로 입양하게 됐습니다.
길고양이를 지켜보다 보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자꾸 눈에 띄게 되죠.
지금도 구조한 흰둥아가 한 마리를 보호하고 있어요. 급식소에서 발견한 아이인데,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아 블로그에 쓴 적이 있어요. 그런데 아이가 허리 아래를 질질 끌고 다닌다는 연락을 받은 거예요.
책방에 출근한 상태였고, 한 3시간 고민을 했지요. 길고양이로서 태어난 것도 힘든데, 저까지 그 아이를 무시한다면, 그 아이는 며칠 안에 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흰둥아가가 구조된 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덕분에 건강해져서, 지금은 입양을 기다리고 있어요.
고양이책방 분홍코가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길고양이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해요. 길고양이를 위한 책방이지만, 사람이 없으면 길고양이들도 살아갈 수 없거든요.
책방 분홍코에 많은 분들이 모여 반려동물에 대한 얘기나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길고양이들이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아이들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고양이 치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데 그때는 주변 어르신들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치매 이야기도 같이 하려고 해요.
겨울이 다가오는데, 길고양이를 위해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 한마디 부탁드려요.
바라는 점은 늘 한 가지예요. ‘길고양이들은 오늘도 힘차게 살아가고 있으니 따뜻한 시선 부탁합니다.’ 그거 말이죠.
뭔가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데도, 우리는 늘 고개를 숙여야 해요. 길고양이로 인해 생기는 마찰은 길고양이를 아프게 할 뿐이니 우리는 싸우는 일은 피해야 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가 도시 생태계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해주면 좋겠어요. 책방 분홍코에도 많이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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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연 기자 anjy41@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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