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세 5년 6개월만에 하락…내년 입주폭탄·신규택지 지정으로 낙폭 커질까?

2017-12-04 14:15
전셋값 상승 피로도, 입주물량 폭증으로 마이너스 변동률 전환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른 신규택지 물량 공급도 악재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9일 신규 택지 개발 대상지로 선정한 경기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에서 바라본 위례신도시 모습. [사진=오진주 기자]


최근 수년간 높은 상승률을 구가했던 경기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달 하락반전 한 가운데, 내년 낙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간 전셋값 상승에 따른 피로도가 크고, 내년 입주 예정물량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달 29일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로 향후 5년간 수도권 요지에 저렴한 물량이 공급되는 점도 악재라는 분석이다.

4일 KB국민은행 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 경기지역 아파트 전세가격 월간 증감률은 -0.06%를 기록했다. 경기가 마이너스 변동률로 돌아선 것은 올해는 물론 지난 2012년 5월(-0.05%)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2012년 이후 경기지역 아파트 전세가격 월간 증감률 추이(%). [자료출처=KB국민은행 부동산]


이렇게 경기지역이 전셋값이 내려가는 것은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한 탓도 있지만, 사실상 2009년 이후 2010년대 들어 줄곧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의 경우 매매시장 침체로 전세시장에 세입자들이 몰렸고, 중반 이후로는 월세 시장이 도래하면서 전세 매물 품귀현상이 지속됐다.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한 점도 전세시장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경기지역에는 총 12만9025가구의 많은 물량이 공급됐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3만가구 이상 많은 16만1597가구가 쏟아질 전망이다.

특히 지역별로 △화성시 3만1776가구 △용인시 1만5676가구 △김포시 1만4197가구 △시흥시 1만2338가구 등은 각각 1만가구가 넘는다. 이들 지역에서 과거 역전세난 문제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흘러나온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화성, 김포, 시흥 등은 지금도 입주물량이 넘친다. 이들 지역이 경기 전체의 전셋값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역전세난 우려로 경기지역 전셋값 낙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같은 수도권이라 해도 서울은 재건축 이주수요가 풍부하고, 대출 부담 증가로 매매 대신 전세로 갈아타는 수요가 발생해 타격이 적을 것"이라고 했다.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도 변수다. 정부가 향후 5년간 공공주택지구 조성을 통해 수도권에 새롭게 확보하는 택지는 전체 10만가구에 이른다.

수도권에서는 △성남(금토·복정) △의왕(월암) △구리(갈매역세권) △남양주(진접2) △부천(괴안·원종) △군포(대야미) 등 8곳이 신규로 지정될 예정이다. 모두 서울과 인접한 노른자위에 위치하고, 공급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될 것으로 보여 일대 민간 임대 시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부동산114 주간 전세가격 변동률(12월 1일 기준) 분석에 따르면 이들 지역 중 △의왕 -0.05% △구리 -0.02% △부천 -0.01% 등은 모두 1주 만에 내림세를 보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발표된 경기지역을 유심히 보면 모두 서울과의 접근성이 우수해 세입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곳들"이라며 "경기 일대에서도 거점이 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물량이 증가하니 세입자들이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 당분간 일대 전세시장이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