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우연한 잡담에서 엄청난 아이디어 나와"…'소통형 사무실' 쿠팡 사옥을 가다

2017-12-04 09:10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서울오피스에는 직원들이 쉬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한 층 전체에 마련됐다.[사진= 쿠팡]


자판기, 냉장고, 소파 등 직원들이 휴식을 취할 때마다 찾게 되는 모든 시설이 모인 공간에서 쿠팡 자체 결제 서비스 '로켓페이'가 탄생했다. 넓게 트인 휴식 공간에서 자연스레 동료들과 만나고, 그러다 나누는 우연한 잡담에서 엄청난 아이디어가 생긴 것이다. 

3일 첫 방문한 서울 송파구의 쿠팡 신사옥은 독특했다. 리셉션이나 기업 로고가 걸린 '벽'이 일반적으로 기업을 첫 방문하는 손님들을 맞았다면, 쿠팡은 TV 두 대가 놓인 휴게 공간이 처음으로 눈에 들어왔다.

소파와 테이블을 두고, 커피를 마시며 간식을 즐기는 직원들이 이 자리를 삼삼오오 채웠고, 그들의 머리 위의 TV에서는 쿠팡의 '리더십 원칙'인 '고객을 깜짝 놀라게 만들자(Wow the Customer)', '우선순위는 가차없이(Ruthless Prioritization)' 등의 15개 원칙이 반복 상영됐다. 쿠팡은 이곳을 ‘오픈라운지’라고 부른다고 했다.

쿠팡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의 만남이 예기치 못한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오픈라운지는 이런 우연한 만남을 위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엘리베이터 통로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만들고, 차 한 잔 마시러, 잠깐 휴식하러 오가는 과정에서 매일 수십 명 이상의 동료들과 서로 마주치고 인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쿠팡이 자랑하는 원터치 간편결제 로켓페이, 단점도 숨김없이 보여주면서 최고의 신뢰도를 자랑하는 상품평 서비스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이렇게 오가면서 나누는 잡담을 통해 생겨났다.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쿠팡은 칸막이 없이 뻥 뚫린 사무실을 만들었다. 서로의 '닉네임'을 부르며 직급에 따라 자리를 배치하지도 않고, 굳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지 않아도 카페나 오픈라운지 등에서 업무를 가능하도록 개방해 직원들이 편히 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회의실도 층마다 15개 이상씩 구비해 수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지난 삼성동 사옥에서 회의실이 모자라 직원들 사이의 컴플레인을 수용한 김범석 쿠팡 대표의 배려였다. 두 명이 미팅할 수 있는 작은 공간부터 수 십명에서 수 백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강연장 겸 회의실까지 다양하다. 
 

쿠팡의 사무실 입구 바로 앞에는 직원들이 오며가며 소통할 수 있도록 한 '오픈라운지'가 마련돼 있다.[사진= 쿠팡]


한술 더 떠 김 대표는 8층부터 26층까지 사용하고 있는 쿠팡 사옥의 탁 트인 북쪽 한강 전망을 직원들에게 양보했다. 직원들 자리와 대형 회의실을 전망 좋은 북쪽에 배정하고, 직원들이 이야기 나누고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즐거운 업무환경 조성에 노력한 것이다. 덕분에 김범석 대표의 자리는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탄생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쿠팡은 사무실의 벽면을 그림이나 장식 대신 화이트보드로 가득채웠다. 어디서든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 자리에 서서 아이디어를 적고 의견을 나누며 발전시키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복도나 회의실 벽면, 오픈라운지 등은 물론이고 카페와 식당까지 화이트보드는 쿠팡 직원이 걸어 다니는 동선을 따라 거의 모든 벽에 설치됐다. 때문에 주머니에 마커를 넣고 다니는 직원들도 많다고 했다. 물론 마커와 지우개도 사무실 곳곳에 비치했다. 

쿠팡 사옥에는 다른 스타트업들이 사옥을 내세우면서 흔히 보여주는 미끄럼틀이나 비디오 게임기, 마사지 의자 같은 편의시설은 없었다. 하지만 직원의 빼곡한 하루 일과를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났고 개인과 회사의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문화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