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칼럼-중국정치7룡] "학벌보다는 학위" 석박사들이 통치하는 중국
2017-11-28 07:00
⑥ 정치국 위원의 학연·지연 정리
◆학벌은 없다
1402년 명 태종 영락제는 자신의 쿠데타에 반대하는 학자 방효유(方孝孺)를 그의 9족에다가 동문수학하던 친구와 선후배, 1족을 더한 10족 도합 873명을 능지처참했다. 이름하여 ‘혈연9족 +학연1족'의 ‘십족주멸(十族誅滅)'. 이처럼 광범위하고 잔혹한 연좌제 형벌을 세계사에 그 유례를 찾을 수 있을까.
그로부터 600여년 세월이 탄환처럼 흘렀다. 21세기 시진핑(習近平) 시대 중국에서 학연은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할까? 우리나라 이명박 시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나 박근혜 시대의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처럼 주로 학벌을 중시하는 코드인사, 편중인사가 횡행할까?
예로부터 '관시(關係, 인맥)'를 중시하는 중국인지라, 사회각계 일반에서는 학교 동문 하나 잘 만나 흥하거나, 못 만나 망한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하지만 시진핑 집권 2기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을 포함한 정치국 위원 25명의 출신대학을 살펴보면 중국 정치핵심에서의 학벌은 그다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칭화대 4인, 베이징대 2인외에 나머지 19인 모두 각기 다른 대학 출신이다. 한국의 서울대나 일본의 도쿄대처럼 중국의 베이징대나 칭화대는 전 분야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칭화대와 베이징대를 포함해 중국 각지에 산재하는 10여개 명문대학이 저마다의 분야에서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마치 중국 정치경제 사회문화계 전반의 보편적 지도체제인 집단지도체제와 흡사하다.
◆학벌보다는 학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중국 방문에서 ‘동방박사 세 사람’ 양제츠(楊潔篪), 시진핑, 리커창(李克强)을 차례로 만났다.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의 국빈대우를 받으며 베이징 공항에 내렸을 때 그를 반겨준 사람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역사학 박사)였다. 트럼프는 이어 9일 시진핑 국가주석(법학박사)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리커창 총리(경제학박사)를 만나 경제 분야를 논의했다.
중국 최고 지도층은 석박사 천하다.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전원이 석박사이며 정치국 위원 25인( 상무위원 7인 포함) 박사 7인, 석사 14인, 대졸 2인, 대졸미만 2인이다. 중국 최고 지도층에서 대학졸업 학력은 고학력자는커녕 과거 ‘중졸’ 정도의 저학력자로 분류된다. 최소한 석사학위 이상은 돼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하겠다.
중국 공산당 집권과 통치과정에서 지난 90년동안 중국 공산당은 늘 학습을 강조해왔고, 학습을 통해서 당의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왔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중국 공산당은 정치국 집체학습과 석박사 학위 소지자 우대 등 지도층의 평생학습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구축에 주력했다.
정치국 집체학습은 후진타오 집권때부터 평균 40일에 1회씩 중앙당교나 사회과학원, 중국인민대등 전문학자 2명을 초빙해 강의를 들은 후 정치국 위원과의 집단 토론 방식으로 정례화됐다. 지난달 27일 통산 제125회이자 시진핑 집권 2기 제1회 정치국 집체학습회의가 시진핑 주석의 주도하에 개최된 바 있다. 또한 석박사 학위 소지자에게 임용 승진 각종 인사고과 평정상 우대를 제도화했다. 일례로 각급법원의 간부법관(부장판사 이상)과 최고법원의 법관(대법원의 대법관)은 반드시 석박사 학위 소지자여야 함을 [법관법] 제9조 6항에서 규정하고 있다.
◆정치국 위원 25인중 24인이 반일정서 극강 지역 출신자
지난 이명박·박근혜 시대 한국의 고위 정관계 인사가 '고소영', '성시경' 전성시대였다면 현재 중국의 그것은 '석박-반일'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 2기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전원을 포함한 정치국 위원 25인 중 21인이 석박사 학위소지자(84%), 24인이 반일정서 극강지역 출신(96%)이기 때문이다. (표참조)
특히 간쑤성 출신인 현 광둥성 당서기 리시(李希, 1956년생) 한 사람만 빼놓고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전원을 포함한 정치국 위원 24인의 고향이 800년간 계속된 왜구침략 최대 피해지이자 2000만명의 중국인이 희생된 8년간 중·일전쟁의 최대 피해지로서 중국에서도 반일정서가 극심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시진핑 2기의 중국의 반일정책 심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은 시진핑 집권 2기에도 1기와 마찬가지로 정치국 상무위원을 포함해 정치국 위원 25명중 광둥성 출신은 단 1명도 없는 부분이다. 지난 수십년간 광둥성 출신 정치국 상무위원 역시 '제로'다.
이는 광둥성이 중국인 글로벌 슈퍼리치 톱100 15명 중 10명을 배출하고, 2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가 많이 거주하고, 전국 31개 성급 지방정부 순위 가운데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