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어려워지는 환율 예측

2017-11-22 15:57

 

시민과 관광객들이 서울 명동 환전소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하락 속도도 가파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점점 환율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22일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외환 전문가들 사이에서 당일 환율을 전망하면서 방향을 정반대로 예상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며 "환율을 전망할 때 몇 가지 기준이 되는 것들이 있는데 최근에는 대내외 경제환경이 복잡해지면서 변수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시장 흐름과도 역행하고 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소폭 반등해도 서울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수요가 크지 않았다.

환율과 수출 간의 상관관계도 약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최근 글로벌 교역과 환율의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2006년에는 환율 1% 절하 시 수출물량이 0.56% 증가했지만 2012~2015년에는 0.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9월 만해도 추세적인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당시 박스권에 갇혀 좁은 폭에서 연일 거래가 이뤄졌다. 연중 저점인 1110.5원이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추석연휴가 지난 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 형식으로 몇 차례 환율 하단을 방어했다. 그럼에도 환율은 지난해 9월 수준으로 돌아가 1100원을 하회하고 있다.

한 선물사 관계자는 "장기적인 흐름에서 하단 레인지가 무너진 상황이라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재료가 완전히 노출되기 전까진 원화강세 국면이 바뀌긴 어려워 계속 저점을 모색할 것이라는 큰 그림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무관하지 않다. 통상 국가 경제력이 강해지면 그 나라 돈의 가치가 올라간다.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했거나 경제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면 원화가 강세를 보인다. 원화 강세는 원·달러 환율 하락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3분기 깜짝 경제성장률을 발표하면서 올해 3%대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해졌다. 강력해진 펀더멘탈(기초체력)을 기본으로 대북 리스크 완화가 더해지며 약세를 보였던 원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해외 자본의 흐름도 환율 등락에 영향을 미친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코스닥이 전고점에 근접하면서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수도 늘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채권에 투자하려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한다. 이 경우 시장에 원화 수요가 커진다. 따라서 원화 가치는 올라가고 달러 가치는 약해져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다.  
 
미국 달러,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 변화와 북한의 도발로 인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환율에 영향을 비치는 주재료다. 장기적으로는 대외거래. 생산성 변화, 물가 수준 등도 환율에 방향을 제시하는 잣대가 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수출기업들에게 1원 차이가 영업이익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요즘 환율 방향에 대한 자문이 수시로 들어온다"며 "시그널이 명확해도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 환율을 전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작은 요인이 환율 등락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전보다 더 거시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