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설치' 조국 수석이 진두지휘?

2017-11-20 18:41
법사위 상정 논의 하루 앞두고 당ㆍ정ㆍ청 긴급회의, 야당 압박 나선듯
한국당 '반대' 국민ㆍ바른정당, 각론 견해차… 권고안보다 축소 우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수처설치법 제정관련 당정청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당·정·청이 20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제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앞서 법무부가 지난달 15일 공수처 태스크포스(TF) 자체 안을 내놓은 지 한 달여 만이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으로, 법무부의 탈(脫) 검찰화, 검찰·경찰의 수사권 조정 등과 함께 거론돼온 대표적인 검찰 개혁 수단이다.

특히 당·정·청의 이날 공수처 설치법 관련 긴급회의에는 이례적으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참여했다. 조 수석이 정부 출범 이후 국회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유용 의혹에 휩싸인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에 출석한 이날 조 수석이 전면에 나서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권과 검찰 간 이상 징후를 일축하고 검찰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메시지를 내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1일 공수처 설치법 상정 논의를 하루 앞두고 야권에 압박의 시그널을 던진 것으로도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관 상임위 소위에서 공수처 설치법 법안을 논의하는 것도 처음이다.

◆법무부案, 권고안보다 축소···옥상옥 우려 여전

당·정·청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공수처 설치법 법제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공수처 설치법 긴급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공수처는 온 국민의 여망이자 촛불 혁명의 요구로 반드시 실현돼야 하는 국정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이는 현 권력에 대한 소금의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권에 전향적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이어 당·정·청은 야권의 협조를 위해 △공수처의 독립화 △권한 남용 우려 불식 △검찰 범죄의 공수처 단독 수사 등을 약속했다.

조 수석은 이 자리에서 “(정부 개혁) 과제 중 첫 번째가 검찰 개혁”이라며 “공수처 추진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 개혁의 상징인 공수처를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당·정·청 협의에는 당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정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이, 청와대에서 조 수석과 김영현 법무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변수는 국회 통과다. 당·정·청의 입장은 확고하다. 목표는 ‘연내 통과’다. 공수처 설치가 문재인 대통령의 제18∼19대 대선 공약인 데다, 지난 7월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과제 중 13번째(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에 들어 있던 핵심 과제다. 법무부도 지난달 현직 대통령 수사 및 공수처장 선발의 국회 권한 이행 등을 골자로 하는 자체 안을 제시했다.
 

당·정·청이 20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제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앞서 법무부가 지난달 15일 공수처 태스크포스(TF) 자체 안을 내놓은 지 한 달여 만이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으로, 법무부의 탈(脫) 검찰화, 검찰·경찰의 수사권 조정 등과 함께 거론돼온 대표적인 검찰 개혁 수단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법사위 소위부터 與小野大···관건은 공수처 독립성

그러나 갈 길은 멀다. 법무부의 자체안도 ‘옥상옥’을 우려, 애초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안보다 규모(122→55명)나 검사 임기(6년→3년·연임 가능) 등이 축소됐다. 일각에선 공수처가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여야 구도도 벽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서 보수 재편의 빗장이 풀리면서 보수진영의 이합집산에 물꼬가 트였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에 대해 “민정수석의 출장소가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발 사정정국 이후 공수처 찬성 기류가 엿보이지만, 임명권자(정부-국회, 한국당-야당) 정부안과는 차이가 적지 않아 최종 내부정리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공수처 설치’라는 원론에는 동의하나, 규모 등 각론에서는 견해 차를 보인다.

향후 국회 논의는 국회 법사위에서 국회 발의안(박범계, 이용주, 양승조, 노회찬 의원안 4건)의 병합 심사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율사 출신인 박범계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 “4건의 법안 전부를 병합 심사하고 앞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발표한 공수처 권고안도 함께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발의된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안은 현재와 동일하게 기소만 검사에게 맡기는 안이다.

공수처 법안의 전체회의 상정 전제조건은 소위 8명(민주당 2명, 자유한국당 3명,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각각 1명)의 ‘만장일치’다. 소위부터 여소야대인 셈이다. 정부와 검찰과의 갈등으로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 실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신업(법무법인 하나) 변호사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당·정·청의 공수처 드라이브에 대해 “검찰이 가진 수사권, 기소독점주의 및 기소편의주의 등 막강한 재량권의 행사를 제도적으로 견제, 균형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옥상옥에 대한 우려 및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공수처 운명은 독립성 여부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수처설치법 제정관련 당정청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