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이 체육대회를 위해 간호사들에게 밤 10~11시까지 춤 연습을 시키고 외모 차별 발언까지 했다는 제보가 이어지면서 성심병원 장기자랑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13일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1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 이후 성심병원 장기자랑에 대한 성심병원 간호사들의 불만이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은 성심병원 장기자랑 논란에 대해 “카카오톡만으로 하루 수백 통씩 불만이 쏟아지고 있으며, 공식 이메일로도 10일 기준 문의 메일 44건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성심병원 측이 체육대회 3주 전부터 낮 근무를 마친 간호사들에게 오후 10~11시까지 연습을 시키고, 다음날 새벽 출근을 시켜왔다는 글도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올라와 성심병원 장기자랑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장기자랑에 출연하려는 인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신규 간호사들에게 “춤 잘 출 수 있냐?”, “누가 제일 날씬하냐?” 등 외모 차별 발언까지 하는 경우를 목격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성심병원은 매년 10월 재단행사인 '일송가족의 날'에 간호사들을 강압적으로 동원해 장기자랑 시간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게 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와 성심병원 장기자랑 논란이 촉발됐다.

현재 성심병원 전·현직 간호사들은 '시간외수당 미지급'도 문제 삼고 있다.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동안 정시퇴근을 할 수 없었는데 성심병원 측이 시간외수당도 전혀 챙겨주지 않았다는 것.

직장갑질119에서 자문 역할을 맡은 권두섭 변호사는 “업무 준비를 위한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며 “회사의 공식적인 행사를 위해 투자한 준비ㆍ연습시간은 시간외수당을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영 변호사도 “성심병원 장기자랑의 경우 자발적 참여라기보다는 의무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시간외수당을 줘야 한다”며 “회사가 기획하고 지시를 내려 소속 직원이 참여하게 만든 상황에 대해서는 시간외수당 책정이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매주 화요일 오전 7시에 열리는 화상회의 참가자에게도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회의는 진료팀ㆍ행정팀ㆍ병동운영팀 등 30~40개 팀이 돌아가면서 병원 발전을 위한 제언 등을 주요 보직자들에게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성심병원 일부 직원들은 “화상회의에 참가하는 대표자를 팀별로 '외모'를 기준으로 선발한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임신한 간호사에게도 야간근무를 강요했다는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성심병원 측은 현재 내부조사가 진행 중이며 논란이 된 사안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해명했다.

성심병원 관계자는 “장기자랑과 관련한 시간외수당 미지급은 사실관계를 아직 조사 중이라 아직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다만 화상회의 참가를 위해 일찍 출근했을 경우에는 그만큼 조기 퇴근을 해왔으므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