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14년 만에 LG상사 지주사 체제 편입···범 LG가(家) 분리 마무리

2017-11-09 18:24

LG그룹 지주회사인 ㈜LG가 LG상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은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지주사 체제 전환 14년 만에 범 LG가(家)간 ‘아름다운 이별’이 사실상 마무리 됐음을 의미한다.

㈜LG는 9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범 LG가 개인 대주주 35명이 보유하고 있는 LG상사 지분 24.7%(957만1336주)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LG는 일체의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계약 체결일인 9일 종가(3만1000원)로 주식을 매입키로 했다. 전체 인수 규모는 2967억원이다.

LG그룹측은 이번 결정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 집단이 개인 대주주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대한 지주사 편입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기울여 왔던 LG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고, 지주사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범 LG가와의 ‘아름다운 이별’이 지분 구조상으로도 마무리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LG그룹은 지난 2003년 3월 화학부문의 지주회사인 LGCI와 전자부문의 지주회사인 LGEI가 합병해 통합 지주사인 ㈜LG를 출범했을 때 LG상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차남 구자승 전 LG상사의 장남으로 구본걸 당시 LG상사 패션사업부문 부사장이 LG상사 내에 속한 패션사업을 넘겨받아 독립을 추진하던 상황이라 지주사에 편입할 수 없었다.

구본걸 부사장은 2006년 11월 LG패션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같은 해 LG상사 대주주 간 지분이동을 거쳐 패션사업부문을 독립법인으로 분사했다. 이듬해인 2007년 12월 LG패션은 LG그룹과 계열분리 했으며, 2014년 사명을 ‘LF’로 바꿨다. LF 그룹은 희성·LIG·아워홈·LS·GS에 이어 LG그룹으로부터 마지막으로 독립한 마지막 ‘범 LG가’다.

LF의 분리로 지주사 편입의 걸림돌은 제거됐지만, LG그룹은 물론 희성그룹과 LF그룹 친인척 등 범 LG가 오너 친인척들이 LG상사 개인 대주주를 유지했다. 주력 기업인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이 ㈜LG가 대주주로 자리매김하면서 출자구조를 단순화한 것과 달리 LG상사는 이러한 체제가 10년간 이어졌다. 이는 분리는 했지만 LG그룹을 함께 키워낸 구씨 일가의 기여도를 배려했고, 회사 경영에 큰 무리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최근 정부로부터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계열사들 가운데 일부 개인 대주주 지분이 높은 회사를 지주사 체제 안으로 편입시키지 않고 놔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상황은 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들이 총수 일가가 직접 지배하는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를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어 편법적 지배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오해를 불식시키고 지주사 체제를 어느 기업들보다 가장 잘 수행하고 있다는 LG그룹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대주주 일가들이 합의해 그들이 보유한 LG상사 지분을 ㈜LG로 넘기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LG로부터 계열분리된 개인주주 비중이 높아 지분율 하락 가능성이 상존해 왔고, LG 계열 개인 대주주 지분율은 12.0%에 불과한 상황도 반영했다.

이번 결정으로 LG상사의 지배구조는 개인 대주주 중심에서 지주사와 자회사 간 수직적 출자구조로 단순화된다. 또한 ㈜LG는 자원개발 및 인프라 사업을 확대해 가고 있는 LG상사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LG는 향후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거쳐 LG상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더욱 단순화하고 지주사 체제를 공고히 해 자회사는 사업에 전념하고 지주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관리함으로써 지주사 체제 본연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