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FTA 안 꺼냈다…뜻밖에 '신중한 트럼프'
2017-11-08 19:20
美 대통령 국회 연설, 들여다보니
군사공격 등 돌출 발언도 없어
'북한=지옥' 인권문제 직접 거론
추상적 비판으로 논란 안 만들어
군사공격 등 돌출 발언도 없어
'북한=지옥' 인권문제 직접 거론
추상적 비판으로 논란 안 만들어
“우리를 과소평가하지도, 시험하지도 말라.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행한 국회 연설에서 ‘돌출 발언’은 없었다. 선제공격 등 직접적인 군사공격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만 김정은 정권을 향해 "악당 체제", “종교집단처럼 통치하는 국가”, “군사적 이단”, “북한 무역 단절” 등의 날 선 표현을 써가며 북한 인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국회 연설 내내 한·미 동맹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 기조를 유지했다.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라는 기조를 보이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의 테이블에 나오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던진 셈이다. 북·미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중·러의 유엔안보리 결의 이행을 촉구해 북한 제재에 느슨한 두 국가를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시간은 예상된 22분을 넘은 35분에 달했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이번이 일곱 번째이며,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 중 국회 연설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트럼프, 한·미 동맹 강조··· 코리아 패싱 우려 불식
이어 “한·미 동맹은 전쟁의 시련 속에 싹텄다. 67년 전 양국은 함께 서울을 탈환했다”며 “38선은 탄압 받는 자와 자유로운 자를 가르는 선”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영원한 혈맹 관계를 강조, 북핵 문제를 둘러싼 그간의 엇박자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양국은 한·미 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전까지만 해도 대북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냈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초강력 대북 제재를 꺼내면, 우리 정부는 대화와 제재 병행론을 꺼내는 식이었다. 양국 정상회담 직전 한·중 합의 과정에서 나온 3불(不) 정책,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 등에 선을 그은 것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인 한·미·일 3국 안보협력에 배치된다는 주장이 일면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 초반 한국의 경제성장 등을 높이 평가, 감성적인 연설을 연출했다. 실제 “한국은 끔찍한 참화(한국전쟁)를 딛고 가장 부유한 국가 반열에 올랐다”고 하는가 하면, 여성 골프선수인 박성현 선수와 K-팝 열풍 등을 언급하며 한국의 업적을 치켜세웠다.
◆‘북한=지옥’ 표현한 트럼프, 대화 문 닫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참혹한 인권 문제를 거론, 김정은 체제의 민낯을 드러나게 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북한의 독재 체제 지도자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어 왔다”고 포문을 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체제는 미국의 과거를 유약함으로 해석했지만, 이는 치명적 오산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과거 행정부와 다른 행정부다. 모든 문명국을 대신해 북한에 말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중·러를 겨냥,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북한과의 외교 관계, 무역을 단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폭군’이나 ‘독재자’로 규정하면서도 ‘총체적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로 깔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체제의)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와 밝은 길을 논의할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경우는 북한 지도자들이 도발을 멈추고 핵을 폐기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해 그간의 우려를 씻어냈다”면서도 “실리주의를 추구하는 미국 특성상 힘의 우위가 바탕이 된 트럼프 행정부 주도의 외교 전략에 따라 한반도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