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한·중 호재 놓치지 말아야

2017-11-09 03:00

조현미 생활경제부 차장
 

지난달 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촉발된 중국과의 갈등이 봉합됐기 때문이다.

외교부와 중국 정부는 지난달 31일 양국 간 진행됐던 사드 문제와 관련한 협의 결과문인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문에서 우리 정부와 중국은 “양측은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며, 양측 간 공동문서들의 정신에 따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발전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중 간 교류협력 강화가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된다는 데 공감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시행된 중국의 경제 보복도 수습 국면을 맞았다. 기업들은 바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면세점·화장품을 비롯한 유통업계가 반색했다.

유통업계는 지난 3월 15일부터 시행된 중국 당국의 ‘금한령(禁韓令)’으로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매출이 급락해서다. 1∼9월 사이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은 지난해 526만5923명에서 올해는 319만2248명으로 39.4% 줄어들었다. 금한령이 시행된 3월부터 8월까지의 하락폭은 61.3%에 달했다.

면세점은 전체 매출의 70∼80%가 유커 주머니에서 나올 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분야다. 화장품업계 역시 유커 의존도가 상당했다. 실제 국내 최대 면세점인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에 298억원의 적자를 냈다. 누적 피해액은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위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3분기 매출이 14.2% 떨어지고, 영업이익은 39.7%나 추락했다.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 제한 조치가 국내 소비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란 보고서를 보면, 중국이 한국 여행을 계속 제한할 경우 5조6000억∼15조2000억원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한·중 관계가 복원되면서 이런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인 시트립은 최근 7개월 만에 한국 여행상품 안내를 재개하며 유커 모집에 나섰다. 중국 내 항공사들도 김포·제주를 비롯한 한국행 노선 운항을 재개하거나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잇츠한불이 중국 저장성에 지은 후저우 공장이 지난달 말 드디어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에서 생산 허가를 받았다. 이번 허가로 잇츠한불 대표 브랜드인 잇츠스킨 제품의 현지 생산과 유통이 가능해졌다. 잇츠스킨은 중국인에게 인기 높은 ‘달팽이 크림’으로 불리는 ‘프레스티지 끄렘 데스까르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공장은 지난 6월 건립 공사를 마무리하고 생산 허가를 기다려왔다.

경남제약의 비타민 제품 ‘레모나’와 ‘레모비타’는 신청 3년 만에 CFDA에서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두 제품은 2014년 CFDA에 보건식품 등록을 신청했지만 허가가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경남제약은 내년 초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협의로 한·중 관계가 복원될 것은 확실하지만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국 정부 발표문에 금한령 해제 등 직접적인 표현이 없어 실제 이 정책이 해제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1년간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유통업계엔 호재가 분명하다. 이번 호재가 실질적인 매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게 다시 우리나라를 찾을 유커 맞이 준비를 차근차근 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