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거저먹지 말자! 건상유족(褰裳濡足)
2017-11-09 06:00
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전국(戰國)시대 초(楚)나라 굴원(屈原)의 <초사(楚辭)> '사미인(思美人)'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영벽려이위리혜(令薜荔以爲理兮, 벽려 넝쿨 걷어내려 해도)
탄거지이연목(憚擧趾而緣木, 발을 들어 나무에 오르기 꺼려지고)
인부용이위매혜(因芙蓉而爲媒兮, 연꽃으로 중매를 삼고 싶지만)
탄건상이유족(憚褰裳而濡足, 바지를 걷어 발을 적시는 게 꺼려지네)
'건상유족(褰裳濡足)'이란 '바지를 걷고 발을 적신다'는 뜻으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치러야 할 최소한의 행위나 대가를 의미한다. 벽려를 걷어낼 생각만 하고 있으면 걷어낼 수 없고, 물가에서 연꽃을 꺾을 궁리만 하고 있으면 미인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얻으려면 잃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손가락 한번 까딱하지 않고 자기 좋은 것만 누리는 이치는 세상에 없다.
당(唐)나라 명승(名僧) 회해(懷海)는 홍주(洪州) 백장산(百丈山)에 머물렀기에 사람들이 백장선사(百丈禪師)라고 불렀다. 백장은 마조선사(馬祖禪師)의 선법을 발전시켜 중국에 선(禪)을 토착화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마라(一日不作 一日不食)"라는 내용의 선원(禪院) 규칙인 '백장청규(百丈淸規)'를 만들었다. 먹으려면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거저 먹으려니 잘될 수가 없는 것이다. 먹으려면 일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