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G전자 혁신의 산실 '창원R&D센터'... 베일을 드러내다
2017-11-07 10:06
LG전자 주방가전의 산실(産室). 완공이 불과 한 달도 안 된 경남 ‘창원R&D(연구개발)센터’를 업계에서 부르는 말이다.
지난 6일 찾은 창원R&D센터는 그 명성에 걸맞게 LG전자의 글로벌 전진기지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창원공장의 대표 건물로 우뚝 솟아 있었다. 연면적 약 5만1000㎡에 지상 20층, 지하 2층 규모다. 층고가 높아 일반적인 아파트로 따지면 40층 높이에 달한다.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연구시설로는 가장 크다.
특히 이 센터의 외관에는 LG전자의 목표도 뚜렷하게 담겨 있었다. 우리나라 전통 창틀모형으로 수평과 수직 프레임을 강조한 외벽을 구성했으며, 측면에 4개의 ‘W’자 모양이 새겨져 있다. 월드 넘버원(World Number 1)으로 가자는 빅토리(승리)의 뜻이 녹아 있다는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료보관실, 3D프린터실, 요리개발실 등 주요 시설 공개
이날 LG전자는 창원R&D센터의 주요 시설인 ‘시료보관실’, ‘3D프린터실’, ‘요리개발실’ 등을 공개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지하 1, 2층의 시료보관실에는 냉장고, 오븐,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의 시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일반적으로 대형 건물의 지하에는 주차장이나 기계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에 비하면 이색적이었다. 이곳에는 현재 판매중인 제품 등 750대가 넘는 시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료들을 수직으로 올려 세우면 약 1400m로 63빌딩 높이의 5.5배에 달하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시료보관실은 연구원들에게 도서관과 같은 곳으로 필요한 책을 빌려보고 반납하는 것처럼 연구원들도 언제든지 이곳에서 시료를 찾아 활용하고 있다”며 “주방가전 연구소를 통합하기 전에는 각 제품을 담당하는 연구소에서 개별적으로 시료를 관리했는데, 이번에 통합하면서 전체 보관 규모가 기존 대비 50%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3D프린터 도입, 연간 비용 절감 7억원
창원R&D센터의 4층에는 3D프린터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공간에서는 이날도 4대의 3D프린터가 로봇 팔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개발 단계의 제품 모형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LG전자는 3D프린터를 도입하기 이전에는 개발단계의 제품 외형을 새로 디자인하거나 신규 부품을 적용하기 위해서 협력사를 통해 모형을 제작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제작과 수정 단계에서 시간이 오래 걸려 개발 일정 전체가 지연되기도 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단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LG전자는 지난 2014년 개발 부품의 모형을 제작하는데 처음으로 3D프린터를 도입한 바 있다. 이 장비는 최대 높이 90cm의 모형을 만들 수 있다. 개발에 필요한 대부분의 부품 모형을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장비 도입 전과 비교하면 모형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30% 줄었고, 비용 절감도 연간 7억원에 이른다”며 “특히 개발 제품에 대한 보안 유지가 보다 강화되고, 제품의 최적화와 완성도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아지는 등 연구의 효율성도 크게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LG전자 자체 보유 레시피만 1만여개... 글로벌요리개발실 한몫
마지막으로 둘러본 것은 글로벌요리개발실이었다. 이곳에서 화덕, 상업용 오븐, 제빵기, 야외용 그릴 등 일반적으로 보기 어려운 세계의 다양한 조리기기이 갖춰져 있었다. 상주하는 요리연구원들이 전 세계의 다양한 요리들을 직접 조리하며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조리법을 개발하고 제품에 탑재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를 통해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체 레시피만 1만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창원R&D센터는 주방가전 제품들 간의 시너지를 보다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전진기지”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주방가전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